안나는 마법의 원안으로 들어간다.
개요 애니메이션, 드라마 일본 103분 2015. 03 개봉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출연 타카츠키 사라(안나 목소리), 아리무라 카스미(마니 목소리)
애니메이션 영화 <추억의 마니>는 영국 동화가 원작이다.
자신은 '마법의 원' 밖에 살고 있다고 믿는 소녀 안나
안나는 세상엔 마법의 원이 있고, 사람들은 원 안쪽 인간과 원 밖의 인간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안나 자신은 원 밖의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안나는 아직, 보통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원 안과 밖을 수시로 넘나 든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어린 소녀다.
우리도 안쪽 인간에 속해 있을 때와 원 밖으로 나섰을 때 동질감의 깊이를 사뭇 다르게 느낀다. 꼭 밝고 어두움의 대비라 할 순 없지만, 동질과 이질감의 거리만큼 멀긴 하다.
안나는 천식으로 고생 중이다. 가끔씩 일으키는 발작 증상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안나를 더욱 괴롭힌다. 12살 초등학생 안나는 엄마가 아닌 요리코 아줌마와 함께 산다. 부모 없이 성장해야 하는 이런 상황은 안나가 사람들 사이에서 편하게 어울리지 못한 채 살아가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 안나가 혼자 삭혀내야 하는 고독감과 상실감도 크다. 요리코 아줌마와 아저씨는 착한 분들이지만, 안나는 이분들께 마음을 열지 못한 채 함께 살고 있다. 인생을 살아보니 원 안이나 밖이나 양쪽 다 고독하긴 마찬가지던데, 안나는 아직 그 인생 깊이를 다 알 수 없는 어린이다.
안나 건강을 걱정하던 아줌마는 의사의 권유를 받고, 여름방학 동안 오오이와 이모가 살고 있는 홋카이도 시골 마을로 안나를 요양 보내기로 한다. 오오이와 이모는 요리코 아줌마의 친척 언니다.
시골서 천식을 요양 치료하며 보내는 여름방학
안나는 오오이와 씨 집에 잘 도착한다. 오오이와 부부도 친절하고 상냥한 분들로, 안나를 반갑게 맞아들인다. 안나는 시골에 잘 도착했다는 편지를 써서 요리코 아줌마께 보낸다. 안나는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예의 바른 소녀이다.
낯선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던 안나는 마을에서 습지 저택을 발견한다. 왠지 낯설지 않은 풍경처럼 느껴져 습지 저택으로 저절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안나는 습지 저택 근처를 서성이며 잠시 머문 듯한데, 어느새 밀물이 들어와 습지 저택에 갇히고 만다.
마침 가까이 지나가던 토이치 할아버지의 나룻배를 타고 무사히 귀가한다.
안나는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이웃들도 만나면서 시골마을에 적응해 간다. 어느 날, 안나는 멀리 그림을 그리고 있는 또한 사람을 발견한다. 관심은 있으나, 방해되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 앉아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다.
안나는 오오이와 이모의 권유로 전통의상으로 차려 입고 또래들과 어울려 마을 축제에도 참가한다. 안나의 소원('매일 보통처럼 지낼 수 있기를')을 써서 걸어둔 쪽지를 보고, 비웃던 아이에게 '돼지 같은 뚱보'라는 모진 말도 서슴지 않는다. 안나는 보이지 않는 자신의 요술 원 선을 침범하는 사람에게는 폭언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예민하게 군다. 상처를 주기도 하고, 스스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곧, 안나가 울부짖으며 혼자 달려간 곳은 습지 저택이 보이는 곳. 스스로를 꾸짖으며, 슬퍼한다. "난 나 그대로야. 보기 흉하고, 바보고, 언짢고, 불쾌하고. 난 내가 싫어. 그러니까 모두들 나를." 안나는 울면서 노를 저어 습지 저택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뜻밖에 아름다운 금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습지 저택 파티에 초대받은 안나
안나는 습지 저택에 사는 소녀 마니와 만나면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가 되고, 이런 만남을 둘만의 비밀로 간직한다. 안나는 마니를 따라 습지 저택으로 들어선다. 화려한 파티장에서 마니 부모님도 소개받고, 마니의 소꿉친구인 카즈히코도 보게 된다. 안나는 마니 아빠가 건네준 포도주도 얼떨결에 한 잔 마시고, 살며시 졸음이 온다.
길가 수풀 더미 위에 잠들어 있던 안나는 동네 아저씨에 의해 오오이와 이모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모와 이모부도 요리코 아줌마처럼 항상 안나를 따뜻하게 보살핀다. 두 사람은 따뜻하고 친절할 뿐 아니라 마음이 넓고 호탕하다. 함께 있으면 편해지는 요술 원 안에 사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음날 낮, 습지 저택을 찾아간 안나는 저택이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라는 것에 놀라고 만다. 꿈이었을까, 생각해 보지만 전날 파티장에서 만났던 마니와 마니 부모님, 친구인 카즈히코의 모습이 모두 너무나 생생했다.
마니의 친구인 히사코 아줌마의 놀라운 이야기
안나는 그림을 그리러 나갔다가 히사코 아줌마를 만난다. 아줌마는 폐가로 방치된 습지 저택에 곧 새로운 가족이 이사 온다고 알려주신다. 그림을 즐겨 그리는 히사코 아줌마는 마니의 어릴 적 친구였단다. 히사코 아줌마를 통해 안나는 마니가 시공간을 넘나든 실존 인물이었음을 느낀다.
히사코 아줌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마니는 남편 카즈히코가 사망하자, 건강까지 나빠진다. 마니는 할 수 없이 딸 에미리를 기숙학교로 보낸다. 19살 때 기숙학교에서 돌아온 딸은 엄마가 자기를 돌보지도 사랑하지도 않았다고 오해한 채 가출한다. 에미리는 일찍 결혼하여 딸을 둔다. 어느 날, 에미리 부부는 어린 딸을 남겨둔 채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마니는 딸과 화해하지도 못한 채, 딸을 잃은 충격으로 중병에 걸린다. 마니는 혼자 남겨진 어린 손녀만이라도 돌보길 자처했으나, 중병으로 힘들어하던 마니도 1년 후, 저 세상으로 갔다.’ - '그 손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4대에 걸친 아프고 슬픈 이야기다.
드디어 습지 저택에도 새로운 사야카 가족이 이사 온다. 공상을 즐기는 소녀 사야카는 습지 저택을 기웃거리던 안나와도 자연스레 친구가 된다. 어느 날, 사야카는 저택에서 우연히 마니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게 된다.
꿈속에서 다시 만난 안 나와 마니
안나는 꿈속에서 다시 마니를 만나 마냥 행복하다. 그리고 서로의 비밀 이야기를 나눈다. 안나는 자신이 입양아이며, 요리코 아줌마가 입양아를 위한 국가 배당금을 몰래 받고 있어 괴로워했던 일까지. 마니는 아주머니가 안나를 사랑하는 것은 배당금과 별개라고 말해준다.
항상 아름다운 미소를 짓던 마니는 안나 보다 더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니는 부모님의 사랑은 받아 본 적도 없이 방치된 상태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일 년에 단 2번 습지 저택을 방문했던 아빠와 엄마를 원망하기는커녕 자신의 '자랑인 아빠와 엄마'라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안나는 어린 마니가 가정부 할멈과 쌍둥이 자매로부터 학대받고 자란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특히, 이들은 마니를 사일로에 가두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안나는 마니의 기억 속에 공포로 남아있는 사일로에 함께 가기로 결심한다. 두 소녀는 서로를 의지하며, 사일로에서 두려움을 견뎌낸다. 그러다 어느새 사일로 안에서 함께 스르르 잠이 든다.
마니는 카즈히코를 따라 사이로 창문으로 사라져 버리고, 혼자 사일로에 남겨진 안나는 마니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으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오열한다. 사일로에서 뛰쳐나온 안나는 울면서 쏟아지는 비 속을 달려간다.
비슷한 시간, 습지 저택에 사는 사야카는 안나가 집에 없다는 소식을 듣고 오빠와 함께 안나를 찾아 나선다. 안나는 사야카 남매의 도움으로 오오이와 이모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안나는 몸살을 앓듯이 열이 쉽게 내려가질 않는다. 비몽사몽 속을 헤매며 습지 저택으로 달려간다. 마니를 용서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며 울부짖는 안나. 그러나 파란 창에 서있는 마니는 안나의 그런 모습을 더 슬프게 바라본다. 마니도 괴로워하며 자기는 떠날 수밖에 없다며, 안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마니는 떠나고, 안나는 마법 원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다음 날, 건강을 되찾은 안나는 요리코 아줌마께 안부 엽서를 쓴다. 그리고 사야카와 함께 산책길로 나선다. 소녀들은 길가에서 그림 그리고 있던 히사코 아줌마를 만난다. 아줌마는 소녀들에게 마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니는 외로운 사람이었지만, 언제나 열심히 살았어. 행복해지겠다고 웃는 얼굴로 항상 앞을 보고 있었지.”
그리고 나룻배를 젓는 토이치 할아버지도 마니를 기억하고 있는 또 한 분이었다.
마니는 안나의 외할머니였다. 안나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시공간을 넘나들며 안나의 안부를 확인하며, 지켜주고 싶었을까! 나라도 손녀가 이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면 아마 마니처럼 편히 눈감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진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어느새 여름방학도 끝나가고, 요리코 아줌마는 안나를 데리러 홋카이도 시골 마을로 온다. 아줌마는 국가 배당금과 상관없이 진심으로 안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안나도 이야기해 주셔서 고맙다고 전한다. 그리고 안나는 요리코 아줌마가 전해준 낡은 사진 한 장을 보고 새삼 놀란다. 그것은 습지 저택 사진이었다. 사진 뒤에 그리운 마니의 사인과 글이 쓰여 있었다.
안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던 히사코 아줌마와 마주치자, 요리코를 엄마라고 소개한다. 생전 처음 안나 입 밖으로 불러본 '엄마'다. 잔잔하지만 진한 감동이 전해진다. 할머니 마니도 이제야 편히 영면에 들 것 같다.
엔딩 송인 프리실라 안의 'Fine On The Outside'는 영화 감동을 더해준다. '혼자여도 괜찮아'라고 노래하고 있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마니와 안나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듯하다.
I never had that many friends growing up
So I learned to be okay with just me
Just me, just me, just me
And I'll be fine on the outside
I like to eat in school by myself anyway
So I'll just stay right here
Right here, right here, right here
And I'll be fine on the outside
So I just sit in my room
After hours with the moon
And think of who knows my name
Would you cry if I died?
Would you remember my face?
So I left home
I packed up and I moved far away
From my past one day
And I laughed
I laughed, I laughed, I laughed
I sound fine on the outside …..
https://www.youtube.com/watch?v=W86lnQ_gEAU&t=39s
때론 혼자여도 괜찮겠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성장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마니 부모님 행태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여행과 파티를 즐기며 세계일주 여행을 하면서, 딸 마니는 외딴 시골 습지 저택에 방치해 두다니! 더구나 못된 가정부들에게 학대까지 받으며 아프게 성장하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했는지 안타깝다. 그러나 마니는 자신을 방치한 부모님은 물론 외동딸과 손녀까지 모두 품어 안는 마음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줄거리지만, 마니의 지극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특히 가슴 아픈 것은, 마니의 딸 에미리도 엄마의 사랑과 진심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사별한 것이다. 마니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으면, 손녀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친구로 나타날 수 있었을까!
이번 여름, 12살 안나는 훌쩍 성장한다. 이제 원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처럼 마법의 원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매일 보통처럼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혹, 마법의 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더 열린 커다란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안나는 외로운 소녀였지만, 언제나 열심히 살 것이다. 행복해지겠다고 웃는 얼굴로 항상 앞을 본다. 외할머니 마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