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기자 레베카가 남편과 두 딸에게 셀 수 없이 많이 보낸 '굿나잇'
<천번의 굿나잇>은 분쟁과 내전 지역 종군기자 레베카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과 갈등이 담겼다.
영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아프가니스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다. 폭발물을 온몸에 두른 한 여성(한 소녀)과 그녀 엄마와 친척들만 다른 인물들이다. 첫 장면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성인 여성이 온몸에 폭발물을 두르고 (결국 자폭테러로 숨을 거둠) 있었으나, 마지막 장면에서는 10대 소녀가 그 잔인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 속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우리는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상황을 마주하며 종군기자 레베카의 오열을 지켜본다. 지금도 진행 중인 분쟁과 내전지역의 현실이 암울하게 전해진다
종교와 이념의 갈등, 권력자들의 이권 다툼, 자국의 이익이 우선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지구촌의 현실..... 이념 따윈 인지할 여유조차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기조차 힘겨운 사람들은 왜 거룩한 신의 이름으로 자폭테러에 동원되어야 하는지! 영화 마지막 장면, 자폭 테러에 동원된 어린 소녀를 바라보는 엄마로서 레베카의 참담한 심정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종군기자 레베카는 분쟁지역에서 남편과 두 딸에게 셀 수 없이 많은 '굿나잇'을 전해야만 했지만. 지구촌 한편에서 일어나는 내전과 분쟁에 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관심과 오열 밖에 없단 말인지!
영화의 첫 장면으로 다시 돌아간다. 레베카는 20대 젊은 여성이 자폭테러 현장에 투입되는 과정을 카메라 앵글 속에 담는다. 열정적인 종군기자로서 자폭테러를 자행해야만 하는 그녀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셔터를 쉬지 않고 누른다. 그러다 레베카도 그 폭탄 파편을 맞고 의식을 잃는다.
겨우 정신을 차린 레베카는, 병상에 누워있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남편 마커스와 대면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단 레베카는 가족들이 있는 행복한 보금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레베카는 엄마를 걱정하는 두 딸과도 재회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듯했다.
레베카와 마커스는, '아름다운 아일랜드 해변을 배경으로 촬영했다'는 행복한 집에 도착한다. 영화에서 끔찍한 분쟁과 내전에 시달리는 지역과 아름다운 아일랜드 해변 집이 주는 대비도 인상적이다.
레베카는 엄마 건강을 걱정하는 딸들에게 '굿나잇' 인사를 전하는데, 왠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마커스와 두 딸은 엄마가 항상 위험한 곳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힘들어한다.
레베카도 가족들의 이런 모습을 직접 마주하자, 심한 갈등에 휩싸인다. 종군기자로서 열정에 넘치던 레베카도 가족들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아내이자 엄마인 자신으로 인해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대면하게 되자, 심각한 고뇌에 빠진다.
큰 딸은 엄마가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항상 걱정이 앞선다. 딸은 "왜 전쟁 사진을 찍어요?"라고, 레베카에게 묻는다. 레베카는 "분노를 느껴서"라고 대답한다. 딸은 엄마의 일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길 항상 바라 왔다.
레베카는 가족을 위해 종군기자를 포기해야 하는지, 지금 이 행복을 지켜야 하는지 최선의 선택을 고민한다. 결국, 종군기자 일을 접고 아내와 엄마로 최선을 다 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동안 위험한 종군기자 생활로 인해 이혼 위기까지 갔던 레베카는 남편 마커스와도 화해한다. 레베카는 가족들과 행복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큰 딸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위해 레베카도 딸과 함께 케냐 난민 수용소로 촬영을 떠난다. 남편 마커스 양해까지 얻고, 함께 아프리카 내전지역 케냐로 가는 모녀는 즐겁고 행복하다. 이곳은 내전지역이지만, 유엔이 관리하고 있는 안전한 지역이라는 설명과 안내까지 듣고 출발한 길이었다.
케냐에 도착한 레베카는 종군기자로서 열정까지 다시 넘쳐 난다. 딸도 그런 엄마 모습을 지켜보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평화롭기만 하던 이곳에 별안간 총성이 울리고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안내인도 빨리 떠나야 한다고 재촉한다. 레베카는 딸만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라 요청하고, 자신은 현장에 남는다. 엄마의 안전을 걱정하며, 함께 떠나길 울면서 간청하는 딸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엄마의 모습을 직접 보게 된 큰딸은 커다란 충격에 빠진다.
레베카는 다시는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지 않으리라 결심했으나, 고통 겪는 현지인들의 실상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레베카는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나, 계속 사진을 찍었다.
만족한 사진을 얻게 된 레베카의 모습은 행복하고 자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종군기자로서 행복감도 잠시,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을 대면하게 되자, 다시 깊은 자괴감에 빠져든다. 이 사건은 레베카에게 다시 엄마의 자리를 위태롭게 흔들게 하는 발단이 된다.
귀국 후, 케냐에서 있었던 일로 가족들과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다. 레베카는 고민에 휩싸인다. 모든 열정을 쏟아붓던 종군기자의 삶, 엄마의 위치, 아내로서 자신의 모습이 혼란스럽다.
가족들은 내전과 분쟁의 참혹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레베카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소중한 아내이자 엄마인 레 베카에게 언제 위험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을 늘 걱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괴롭다.
'차라리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라던 큰딸의 절규처럼 그 고통이 그대로 전해진다. 레베카는 직업의식과 인간적인 양심이 공존했던 혼란스러운 분쟁지역을 떠나왔으나, 아내와 엄마로서 다시 혼란과 고뇌를 거듭한다. 레베카의 복잡한 심리가 대비되어 이 영화 주제의식과 메시지가 더욱 강렬하게 전달된다. 결국 레베카는 가족들과 가슴 아픈 이별을 선택하게 되고, 다시 중동 분쟁지역으로 날아간다.
이 영화는 에릭 포페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에릭 포페 감독은 1960년 노르웨이 오슬로 출생으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촬영을 전공했다. 로이터 사진 기자로 80년대 당시 전쟁터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감독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과 가정 사이에서 겪는 여성 심리를 세밀하고 탁월하게 묘사했다. 그는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어 이러한 주제를 더욱 부각했고, 사실적인 역할을 위해 줄리엣 비노쉬를 캐스팅,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
“내가 집을 떠나 현장에 나가 있을 때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Good Night’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건 ‘Good Bye’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가슴 아픈 상황이었다.”라는 에릭 포페 감독의 코멘트는 강한 공감을 전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일까? 영화 <천번의 굿나잇>은 최고의 종군 기자이자 아내, 엄마인 레베카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대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는 측면도 있다.
이 영화는 케냐, 아프가니스탄, 모로코, 카불 등 장소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했다. 사실감 넘치는 장면들을 만들어냈고, 분쟁지역에서 내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아픔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