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하늘을 날며, 음악영화와 독립영화 원 없이 즐긴 시간!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설렘도 현실 속으로 쓰윽 스며든다. 신청했던 유로 환전과 와이파이 도시락을 손가방에 담고,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서야 여유로움을 찾는다.
환전은 딸 레드루가 토스에서 진행했다. 토스 환전 첫 거래로 수수료 100% 우대받았다고 좋아한다. 아들은 이미 토스 애용자고, 나도 아들 도움으로 토스서 간편하게 송금을 따라 해 본 적 있지만, 나는 그냥 노트북 켜고 커다란 화면 보면서 은행 인터넷 뱅킹으로 하는 것이 더 편하더라.
10년 전 3월, 레드루가 뉴욕 어학연수 떠날 땐, 내가 척척 달러 환전했는데, 이젠 딸이 알아서 처리한다.
나는 벌써 일상적이지 않은 일처리는 시작도 하기 전에 귀찮아하는 노친네가 되어간다.
오랫동안 벼르던 먼 나라 모녀 여행, 스스로 딸만큼 '생각을 젊게 하리라' 단단히 결심하며 출발한다. 생각이 젊어지면 마음이 따라오고, 마음이 젊어지면 행동에 힘과 생기가 차오를 테니.
엄마 주주(블로그 별명)는 딸 레드루(블로그 명)와 함께 내용까지 꽉 채워질 멋진 여행을 스케치하고 싶다.
https://bit.ly/3jPQZIS 환전에 관한 궁금증은 REDROO블로그로 연결
우리를 태운 아시아나 비행기는 2019년 3월 3일 (일) 12시 35분경 이륙, 미세먼지 가득한 대한민국 하늘을 뚫고 비상한다.
레드루가 선택한 예약 좌석은 뒤쪽 줄 2 좌석. 우리 직감대로 창가 한 좌석은 빈 채로 출발한다. 선택과 예감이 안겨 준 결과는 편하고 안락하다. 3 좌석을 둘이 사용하면서 11시간을 비행한다. 팔걸이를 제치고 교대로 누워 잠도 자고 쉬기도 하니, 어찌나 편한 던 지!
모바일 체크인 전, 좌석 배치도를 참고하면 좌석 선택 시 도움이 된다. 만석인데, 딱 한자리 비어있는 옆좌석을 선택한다면, 큰 행운이다. 장거리 여행을 훨씬 안락하게 즐길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행운을 왕복으로 누렸다!
우리는 11시간 동안 기내식(중식과 석식) 2번, 간식과 음료수(생수, 토마토, 사과, 오렌지 주스, 클라우드 맥주와 스낵 안주) 등 깔끔한 써빙을 받았다. 주주와 레드루는 식사도 각자 취향대로 고른다.
러시아 상공을 가르며, 내가 감상한 영화 3편은 인간 '프레드 머큐리'를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2018)>, 20세기 가수 '에디트 피아프' 일대기 <라 비 앙 로즈(La Mome, The Passionate Life Of Edith Piaf, 2007)>, 무명이던 '레이디 가가'의 스타 탄생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 2018)> 등이다.
딸은 <거미줄에 걸린 소녀> 한 편을 골라 본 후, 블로거 인플루언서답게 노트북 펴고 주로 글을 쓰며 날아간다. 엄마와 딸이 오래간만에 같은 공간에서 나란히 붙어 있었지만, 생각과 취향이 다르니 각자 다른 시간을 보낸다. 오히려 서로 방해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나는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장거리 여행이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하늘을 날아가며,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음악 인생을 다시 돌아본 것도 나름 뜻깊은 시간이었다.
영화를 감상하다 낮잠을 자며 쉬어가기도 한다.
독립영화 2편도 집중하며 보기 좋다. 국제 단편영화제 상영작으로 프랑스 영화 <더 이상 돈을 걸 수 없습니다>와 우리나라 영화 <숗>을 감상하는 동안 비행기는 이탈리아 상공으로 들어선다.
드디어 우리를 태운 비행기가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착륙한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우린 비행기 안에서 와이파이 도시락부터 연다. 별안간 카톡이 징징거리며 계속 울린다. 한국은 밤 12시가 넘었지만, 남편과 사위에게서도 울려온다. 역시, IT 강국 대한민국 힘이 느껴진다.
현지 시각은 3월 3일 PM 4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지구 서쪽으로 11시간 날아오니, 시계가 8시간 거꾸로 돌아가 있다.
우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세버스에 오른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로마 외곽 남쪽으로 달려간다.
파랗던 로마 하늘 위로 서서히 어둠이 깃든다. 우리는 로마 근교에 위치한 La Meridienne 호텔에 도착했다. 다빈치 공항에서 전용버스로 1시간쯤 달려왔다.
호텔은 썰렁하고 초라해 보인다. 일행 중 누군가는 '귀곡산장'에 온 기분이라고도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시골마을 풍경이다.
대부분 서유럽 패키지여행상품이 그렇듯이 알뜰 가격에 딱 맞는 숙소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데, 현지 시간 새벽 4시 30분경, 와이파이 속도가 무척 느리다. 사진 1장 올리는데 3분 이상 걸리다니! 블로그에 첫날 여행 기록을 남기려다 노트북을 그냥 덮는다.
시차 적응으로 아직 피곤한 이른 새벽이지만, 공기가 상쾌해서 시골에서 힐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창문을 여니, 밖에서 밀려 들어오는 공기가 제법 차갑다. 코까지 킁킁거리며, 이탈리아 시골 향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귓가에 맴도는 새소리는 왜 이렇게 다정하게 들리는지!
오늘은 찬란한 로마 유적지를 돌아볼 생각으로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