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day Nov 27. 2021

<파울라> 스치는 장면이 모두 예술작품

화가 파울라는 시대적 편견과 한계에 당당히 맞서다 짧은 생을 마쳤다.


Paula, 2016

개요  드라마 / 독일 / 123분 / 2017. 11 개봉

감독  크리스천 슈뵈초브

출연  카를라 주리(파울라 모더존 베커), 알프레히트 슈흐(오토 모더존), 록산느 듀란(클라라 베스트 호프), 조엘 바스만(라이너 마리아 릴케), 스탠리 웨버(조르쥬)



  <파울라>는 독일 여성화가 '파울라 모더존 베커'(1876~1907)의 짧은 일생을 담은 영화다. 

여성이 한 사람의 당당한 예술가로 홀로 서기조차 힘들었던 19세기 말, 파울라는 여성화가로서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여성은 미술가로 제대로 교육조차 받기 어려웠던 시절, 파울라는 독일 예술가 공동체 ‘보릅스베데’에서 화가의 꿈을 키워 나간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림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주위 비웃음을 사곤 한다. 아버지도 파울라만 보면, ‘벌써 24살이니, 결혼부터 하라.’며, 압박한다.  


  파울라는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고,  “좋은 그림 세 점을 그린 다음 기꺼이 이 세상을 떠나겠노라."라고 선언하며 화가로서 치열하게 살아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풍경을 스케치하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던 파울라는 인간의 신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여성의 자연스러운 몸을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면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창조하기 시작한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 오토 모더존과 파울라


  그즈음, 그녀 작품에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며 칭찬을 건넨 이는 촉망받는 화가 오토 모더존이다. 열정적인 파울라는 부인과 사별한 채 어린 딸을 돌보며 살고 있던 오토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 결혼생활은 이외로 순탄치 않게 전개된다. 파울라는 남편 오토를 독일에 남겨둔 채 그림 공부를 하겠다고 혼자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독일 작은 마을에서 그림만 그리며 지내던 파울라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인생의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영화 <파울라>는 스쳐가는 화면이 모두 예술작품이다. 


  파울라와 특별한 우정을 나눴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독일 작은 마을에서 지내던 파울라를 예술 도시 파리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파울라 대표작 중 하나로 <시인 릴케의 초상화>가 손꼽히기도 한다. 릴케는 그녀의 소중한 친구이며, 파울라의 작품을 사랑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작가로 20세기 최고의 독일어 권 시인 중 한 사람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에는 릴케, 로댕, 세잔까지 시대를 대표한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독일 예술가 공동체 보릅스베데에서 함께 그림을 공부했던 친구인 조각가 클라라 베스트 호프는 일찍 파리로 와, 조각가 로댕의 조수로 일하고 있다. 파울라는 클라라 덕분에 로댕 작품을 가까이서 마주하게 되고, 그의 작품에서 뭔가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세잔의 작품 <목욕하는 사람들>, <인형을 안은 소녀> 등 작품도 영화 속에 등장한다. 파울라는 우연히 찾은 박물관에서 폴 세잔 작품을 감상하게 되고,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한 그의 작품에 단번에 매료되어 깊은 영감을 받는다. 폴 세잔은 파울라의 삶과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진 화가다.    


  파울라의 짧지만 열정적인 일생에 동행하는 것도 흥미진진하지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 설레게 하는 당대 명작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큰 기쁨이다. 시각적으로 이렇게 황홀한 명화들을 계속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어디 흔한 일인가!  


  그녀는 여성의 운명과 모성에 대한 생각을 단순화된 형태와 절제된 색채로 표현, 자신만의 시각이 내포된 독특한 화풍을 창조해 낸 뛰어난 화가다. 여성화가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예술가로 살고자 했던 파울라의 열정적인 삶을 마주 할 수 있다. 영화 <파울라>의 모든 장면들은 각각 다 한 폭 명화였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파울라는 시대적 편견과 한계에 당당히 맞섰지만, 그토록 원하던 자신과 남편 오토의 아기(딸)를 출산하고, 31살 나이로 죽음을 맞는다. 

  그녀는 15년 동안 1800여 점의 작품을 남겼고,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서양 미술사 처음으로 기록된 여성화가 누드 자화상이다. 브레멘에 있는 ‘파울라 모더존 베커 미술관’에 소장된 자화상에는 예술 세계와 일상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몸부림쳤던 그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파울라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째 되던 해, 나치는 비정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해 독일 민족의 건강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파울라를 퇴폐 미술가로 판정하고 자화상 한 점을 보란 듯이 퇴폐 미술전에 내걸기도 했다. 

  파울라는 나치 정권에 의해 죽어서도 한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나치야말로 비정상적인 세계관을 지녔으니, 문제 될 것도 아쉬울 일도 아니긴 하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https://bit.ly/3FQMdUH

  

      

매거진의 이전글 다큐멘터리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