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기억해 주세요.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될 슬픈 역사를..."
나옥분 할머니는 온 마을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적극적인 분이다. 할머니는 명진 구청에 8천여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도깨비 할매’다.
지난 20여 년간 잘못된 일을 찾아 불도저처럼 밀고 나선 옥분 할머니를 구청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런 할머니 앞에 어느 날,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박민재가 나타나면서 제동이 걸린다.
옥분은 그동안 민원 접수 열정만큼이나 남모르게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오고 있지만,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던 차다. 소외감을 느끼며 다니던 영어학원에서 우연히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공무원 민재를 발견한다.
옥분 할머니는 민재에게 영어 선생님이 되어 달라고 사정하며 부탁하고, 협상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은 옥분 할머니가 민원 횟수 줄이는 것을 조건으로 사제 간이 된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이 쌓여 갈수록 옥분 할머니 영어 실력도 쑥쑥 늘어난다. 밀고 당기며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된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동생 영재와 살아가던 민재는 정성 담긴 할머니 집 밥에도 흠뻑 빠져들게 되고, 할머니와 손자처럼 친구 같은 가족이 되어 간다.
민재는 할머니께서 영어공부에 매달리시는 이유가 항상 궁금했다. 어느 날, 민재는 신문과 TV에 등장한 옥분 할머니 기사를 보고,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던 그 애처로운 진심을 알게 된다.
할머니는 LA에 살고 있는 남동생을 만나고 싶어서 영어를 배우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 민재는 남동생이 옥분 누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옥분 할머니의 매정했던 엄마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돌아온 옥분에게 항상 죽을 때까지 과거를 꽁꽁 숨기고 살라고 말했다. 엄마는 늘 옥분의 과거 때문에 남동생 앞길이 막힐까 봐 전전긍긍하며 쉬쉬하셨다. 옥분은 그것이 서러웠지만, 평생 그 약속을 지키며 살아왔다.
함께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던 친구 정심은 그동안 세계인에게 일본군 만행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 왔지만, 이젠 병들어 눕게 되고, 치매로 기억조차 흐릿해진다.
옥분은 소중한 친구 정심의 뜻을 이어가기로 결심하고, 매스컴에 자신의 과거를 알리게 된 것이다. 이제, 민재는 할머니가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그 진심을 알게 되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사사건건 상극이었던 옥분 할머니와 민재의 밀당이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지만, 민재가 ‘옥분’ 할머니의 오랫동안 숨겨왔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된다.
영화의 배경은 2007년 미 하원의회 공개 청문회장으로 바뀐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통과되었던 2007년 이야기를 휴먼 코미디라는 대중적인 틀 안에 녹여내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그려냈고, 이옥분 할머니는 전 세계인 앞에서 한동안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자신의 과거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할머니들께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최근까지 일본 측 무 대응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2차 손 배소 항소심도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픈 지난 역사는 물론, 오늘의 답답한 실재 상황까지 우리가 모두 함께 껴안고 가야 할 냉혹한 현실이다. 백범 김구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는 문화 강국이 되었지만, 침략자였던 저들은 조금도 변한 것이 없으니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