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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30. 2021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다 가기, 내 행복의 조건 5가지

세월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모습으로 생을 마무리 짓겠다고.

모기는 일편단심 날 사랑하나 봐!

11월 30일 새벽에 내리던 빗소리, 난 다 들었다.

잠결에 손목이 어찌나 가렵던지, 이불속에서 계속 긁적긁적 긁었다.

긁다 보니 가려움이 더 심해져, 할 수없이 부스스 일어나 불을 켠다.  

왼쪽 손목 2곳에 모기가 진하게 입맞춤하고 갔다.

아직까지 모기가 있는 것도 희한한데, 쭉쭉 피를 빨아낼 왕성한 기운이 놀랍다.

책장 모서리에 세워둔 '버물리' 액을 손목에 흠뻑 바른다.  

주위를 살펴보니 흰 옷장 문에 모기 한 마리가 느긋하게 붙어 있다.

단잠을 멈춘 분노로 내 오른쪽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힘껏 내리쳤다.

내 손목에서 빨아간 빨간 피가 튀어 오른다.

 

모기들은 나를 엄청 좋아한다.

온 식구가 함께 있어도 늘 나만 선택해서 입맞춤 날리던 모기가 어디 한두 마리였던가!

모기가 피 빨고 쉰 시간까지 합해야 고작 3분도 안될 텐데.

녀석은 그 짧은 만족과 휴식을 목숨과 바꿨다.

사람에겐 아주 짧은 3분이지만, 모기에겐 30일보다 더 긴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모기는 짝사랑만 하다 갔으니.

걔나 나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나도 영양가 없는 일에 몰두하며 귀한 시간을 그냥 죽여버린 적이 한두 번뿐이랴!

그냥 자기가 선택해서 사는 거다.

먹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즐기는 것도...


새벽, 오래간만이다!

최근엔 만난 적도 없던 새벽과 그렇게 만났다.

모기를 매개로 해서.

11월 마지막 날 새벽, 시계를 보니 4시 30분이다.

사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니 추적추적 빗소리만 리드미컬하게 들린다.  

긴 가을밤이 싹둑 잘려 나갔다.

나는 오랜만에 만난 새벽이 특별히 반갑질 않다.

내 나이엔 이 시간이면 더 깊게 더욱 포근하게 자고 있는 게 좋다.


11월 마지막 날은 새벽도 칙칙하다.

늦가을 빗줄기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조차 축축하다.  

난 이런 시간엔 소리만 들어도 꼽꼽해.

이불속 가슴은 뜨거운데 머릿속 생각은 금세 우울해질 것만 같다.

새벽 비를 만나면 왜 센티해질까?


시간은 늘 똑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다고?

평생 같은 간격을 두고 습관처럼 흐르겠다고 한 너의 숱한 방문을 기억하지.  

가을도 가고, 11월도 끝나니 곧 2021년도 돌아가겠다 귀띔하니, 잘 가라 할 수밖에.

오가는 네 습관도 자연의 이치라지만, 지금 너는 내게서 너무 빨리 달려가버린다.


2020년 중랑천의 늦가을

젊은 날을 쓱 보내고 나니, 지혜로운 어르신이 됐어.

네가 더디게 기어가던 날들을 기억해.

나는 너처럼 그 당시 모습대로 남을 수 없는 사람이야.

나도 습관처럼 흘러왔을까?

젊은 날들은 어느새 너와 나의 추억 속에만 아련하게 남아 있어.

새벽 같던 날들,

천천히 흐르던 시간들.

그 모습만 그대로 거기 남아 있다 한들

이제 서로 무슨 소용이 있다고.

내가 돌아갈 수 없고

너도 날아올 수 없는걸.

사진: pixabay.com

11월 30일 밤이 12월 1일 새벽을 향해 달려간다.

나는 숨차도록 헉헉거리며 부지런히 따라나선다.

11월 마지막 밤, 강한 비바람에 휘청이는 나!

두 뺨이 얼얼할 정도이니 정신이 번뜩 든다.

시간을 돌아갈 순 없더라도 끌려가진 말아야지.


'누가 노년의 시간은 빠르게 달려간다고 했지?'

늦은 밤에도 새벽처럼 여유롭게 천천히 가겠어.

습관처럼 네 속도에만 따라 가진 않으려고.

내게 속한 세월일랑 달리기를 그치고 차분하게 걷도록 하라!

나는 예의 바르고 배려심 있는 사람이야.

자유롭고 주체적이며 지혜로운 어르신이지.

세월에 휘둘리지 않는 편한 모습으로 생을 마무리 짓겠어.


Someday의 행복 조건 5가지

칸트 '행복의 조건' 3가지

'어떤 일을 할 것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

에 더해,

좋아하는 것(보고, 쓰고, 여행하고)을 할 것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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