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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Nov 24. 2022

엄마의 영어 발음 걱정될 때

근원을 알면 도움이 될까요? 그래도 안될까요?

발음의 흑역사 


[플루언트]의 저자 조승연 작가는 영어 사용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영국의 언어 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인도 인구의 5퍼센트만이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한다고 쳐도 그 수는 영국 전체 인구보다 많다. 따라서 영어의 ‘원어민’은 규정하기 어렵다”…. 영어의 종주국 사람들은 오히려 ‘영어의 원어민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어민 영어’라는 개념은 허상에 불과하다. (p25-26)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발음이 바뀔 수 있다는 광고 뷰가 꽤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발음에 ‘한’이 맺힌 데는 다 그만한 이유와 역사적 배경이 있다. 조승연 작가는 “우리가 발음에 집착하는 현상은 아마 1950-1960년대 미국에서 유학하고 온 1세대 유학생들의 경험이 토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영어에 의한 계급 구분 현상은 1990년대에 절정에 이르렀다. (중략) 사실 발음의 사소한 문제 같은 것은 소통의 문제라기보다 20세기 중반의 미국인이 가졌던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종관의 문제였다.” 라 고 말하고 있다. 발음에 발목이 묶여 정작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없다면, 언어로서 영어가 무슨 소용일까. 


‘원어민 발음’의 정체


젊은 세대 어머니들의 영어 고민은 조금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역시나 엄마의 발음에 대한 우려가 첫마디였다. 여의도 모 기업에서 인사과를 담당하시는, 정말 수많은 젊은 인재를 만나보는 그분은 다를 줄 알았다. 그분의 엄마표 영어에 대한 첫 우려 역시 ‘발음’이었다. 어떻게 하면 발음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많은 연구 자료와 학자들, 그리고 엄마표 영어 저자들이, 엄마의 발음이 세련되지 않아도 유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반복해서 말해도 소용이 없는 것은 왜일까. 


학원에서 강의를 할 때 일이다. 영어 이름을 Sarah라고 지은 여자 아이가 수업 도중 울먹였다. Sarah 이름의 Sa 부분에 ‘ㅏ’를 약간 ‘ㅔ’로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자기 이름을 ‘sㅏrah’가 아닌 ‘sㅔrah’로 불러서 기분이 나빠서 그랬다고 한다. 발음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아이들의 발음을 이야기한다.  이제 겨우 중심 잡고 한 발 떼려 는 아기에게 ‘넌 걸음걸이가 그게 뭐니’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원어민 발음’ 은 미국의 중부 시골인 일리노이 주의 소도시 밀워키 주민의 발음이 기준이다. 미국의 전국 방송 채널 중 하나인 ABC가 모든 미국인이 공통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을 조사하다가, 이 동네 사람들의 발음이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나타나 선택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발음을 선택한 이유는 ‘좋은 발음’ 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가장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발음이었기 때문이다. [플루언트] 조승연, (p.47)


내가 배운 대로 발음하지 않는 외국인들과 소통하기; 발음보다 더 중요한 그것


영어는 전 세계 거의 10억 명이 사용하는 언어다. 중국 인구 11억 명이 사용하는 ‘보통화’ 만큼이나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것이다. 국토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조차도, 사투리와 개개인의 억양 차이만으로도 한글의 소통도 때론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영어는 오죽할까. 영국인들도, 지역이 다른, 혹은 미국이나 호주의 영어 발음을 처음 접하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국제 콘퍼런스에서 여러 국가가 모여 회의를 진행할 때, 각 국의 억양이 담긴 그들의 영어는 수능 듣기 시험에서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 아이들은 준비가 되어 있을까. 


런던의 초등학교에서 일할 때다. 유치원 뒷마당의 단풍이 좋아 쉬는 시간에 동료와 사진을 찍고 있는데 교감 선생님이 지나가며, 000이라고 말했다. 런던의 코크니(cockney) 악센트를 강하게 쓰는 그분이 빠르게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웃으며 사진 포즈를 취할 뿐. 이후, 사진을 돌려보는데, 동료가 비디오로 찍어놓아, 교감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두세 번 돌려봐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반복을 하다가, 열한 번쯤 되니, 마치 매직아이 그림을 뚫어지게 보다 보면 3D 그림이 어느 순간 팝업처럼 튀어나오듯, 그 한 문장이 또렷이 들려오는 경험을 했다. 


심리학에서 우리가 가진 강박적 사고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풀다 보면 대개 유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어 역사의 유아기쯤, 우리 이전 세대가 겪었던 아픔이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해 이제 풀어졌으면 한다. 상대와 말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들으려는 마음이다. 영어는 같은 단어라도 다르게 발음되는  것이 많다. 사람에 따라서, 말하는 속도, 억양, 톤이 달라 같은 단어도 전혀 다르게 들린다. 내가 말한 단어를 상대가 못 알아들으면 그것을 다른 말로라도 풀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면 된다. 그것이 외국어로 소통하는 재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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