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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Nov 25. 2022

홈메이드 영어 자립의 필요충분조건

기다림과 꾸준함

기다린다는 것에 대해.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우리의 뇌가 빠른 보상에 만족하는 것에 가치를 두도록 발달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언제쯤’ 000을 하게 될까요’라고 묻는 것은 정상적인 뇌의 진화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다만, 엄마표 영어를 할 때 가장 불안한 것이 바로 ‘언제쯤’을 물을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받아들인 것을 즉각적인 결과물로 보여주지 않으니, 우리의 뇌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대체 언제쯤 우리 아이가 영어로 말을 하고, 원서를 읽고, 엄마표 영어를 해서 학교 시험 점수까지도 높게 받아 올 수 있을 것인지.


언제나 궁금한 ‘언제쯤’


내 아이는 옆집 엄마가 쓴 육아서나 엄마표 영어책과 다르게 반응한다. ‘이렇게 하면 되더라’ 하는데, 이렇게고 저렇게고 내 아이에게 먹히지 않을 때, 개개인의 차별화된 성장을 비로소 받아들인다. 내 아이의 아웃풋이나 진행상황에 즉각적 피드백이 없으니 막연한 건 어쩔 수 없다. 기다리는 동안, 이 불안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아이들의 가는 길이 달라진다. 불안을 견디기 힘들어 동네에서 잘한다는 학원에 합류시키고 단기적으로 안정을 찾기도 한다. 방향점을 찾으며, 책 읽기나 영상 보기를 꾸준히 하기로 심기일전해보기도 한다. 핵심은 그 어느 선택을 해도 ‘내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의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아이를 믿는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막연히 ‘너는 언제가 잘할 거야’라고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한 땀 한 땀을 꿰면서 내일 도착할 곳을 바라보고 또 걸어가는 것. 내 아이가 쏟는 그 시간들이 결국은 밝게 빛날 것임을 믿는 것이다. 비록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더라도, 기대했던 것처럼 발전 속도가 빠르지 못해도 괜찮다. 엄마 아빠가 제안한 플랜에 동의해주고 힘들어도 따라와 주는 것만으로 고마운 거다. 기다린다는 것은, 나와 내 아이가 함께 공들인 시간을 믿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과정에 의미를 두고 함께 응원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하는 엄마표 영어가 될까 안될까 아무리 밤새도록 걱정을 한다 해도 결국 확률은 반반이다. 되던지 안되던지. 아니면 간만큼은 가던지. 불안함을 인정한다. 학원을 보내는 사람도, 국제학교를 보내고 유학을 보낸 사람도 모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나의 선택이 무엇이든, 불안을 최소화하려면, 지금 아이와 할 수 있는 것에 내 사랑과 열정을 후회 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하게 아이를 학습시키는 것과 구분하기!)


막연한 기다림 vs 전략적인 기다림 (관찰 - 넛지 - 관찰 - 넛지)


45개월이 된 아들은 기저귀를 늦게 뗀 편이다. 32개월쯤이 된 여름에 배변훈련에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충분히 떼었을지도 모른다. 배변훈련을 잘못하면 아이가 강박적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배변훈련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앉아서 보는 좌변기도 마련해 주었고, 아기 변기 시트도 있으니, 언젠가 알아서 하겠거니 했다. 결국, 유치원에 갈 때 까지도 기저귀를 떼지 못했다. 괜찮다는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씩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대변을 화장실에서 볼 날이 올까 의심하면서 보낸 날도 있었다.


소아용 시트가 용도별로 세 가지가 있었지만, 미니 변기를 다시 구매하고 배변훈련을 시작했다. 때마침 놀러 온 사촌 형이 미니 변기 쓰는 방법을 보여주며 웃겨주니, 형이 하는 건 무조건 따라 하던 아들도 변기를 재미있어하며 따라 했다. 변기를 산 지 이틀 만에 아들은 미니 변기에 일을 보기 시작했다. 얼마 후 화장실을 사용하며, 엄마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문까지 닫는 순간이 내게도 드디어 찾아왔다.


아이를 키우면서 영어 자립만이 엄마가 하기 힘든 영역은 아니다. 시기마다 우리에겐 넘어야 하는 산이 있지 않은가. 낮고 평이하든 높고 험하든 우리는 그 길을 지나간다. 기저귀 떼는 것은 영어 자립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쉬운 단계임에도 몇 달 동안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겪은 것은 사실이다. 최소 9년에서 길게는 12년 이상을 달려가야 하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는 오죽할까.


영어는 대단히 특별한 교재와 교수법으로 그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외국어 습득에 시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영어를 언어로 받아들이고 소통하려면, 아이들에게 영어를 언어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일찍 주어야 한다'에 한 표 던진다. 일찍 시작해서 부정적 효과를 봤다면, 시작한 시기보다는 방법이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  


바람의 빛깔


“나무를 베어버리면, 나무가 얼마나 자랄지 아무도 알 수 없지요.” - 포카 혼타스, 바람의 빛깔 가사 중.


‘이것’ 이 바뀐다면 우리 아이 영어교육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이 있었다. 답변의 대부분은 공교육 영어수업, 입시위주의 학습이었다. 결국, 공교육 영어수업이나 입시위주 학습이 바뀐다면 우리 아이 영어교육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다수가 생각한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교육제도에 맞춰 아이들은 다시 언어 습득과는 거리가 먼 수업을 듣는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힌 악순환이다.  


아이들을 제도에 가두고 능력을 재단하지 않는다면 어디까지 능력이 향상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아이와 지지고 볶는 일상 속에서 이 귀한 사실을 자꾸 잊는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채널마다 차고 넘친다. 개인으로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다른 팀과 경쟁도 한다. 심사평의 쓴맛 단맛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하다 보니 그들의 퍼포먼스에 더 관심이 가고 그들의 결과에 함께 맘을 졸인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는 ‘맘껏 펼쳐봐라’ 하고 깔아준 판 위에서 ‘다 보여주마’ 하는 마음으로 기량을 펼치는 도전 아닐까.


아이들의 영어자립. 그 긴 여정에 도전하고 때론 여러 방법을 실험하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때론 힘들더라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역량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바래본다. 스스로 집중할 수 있다면 아이는 자신이 가진 가능성 그 이상으로 능력을 키워낼 수 있다. 영어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는가 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자산이다. 아이의 가슴이 뛸 수 있는 영어 자립, 엄마 아빠가 답이다.


사진출처:Pocahontas 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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