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과용하면 탈 난다.
새벽에 눈이 떠졌다. 아직 세시도 되지 않았다.
잠을 설쳐서일까, 일요일 아침 괜스레 기분이 가라앉았다.
신랑이 침대맡에 둔 tea가 홀라당 쏟아지며, 매트리스가 젖고 침대 주변에 있던 책들이 젖었다.
매트리스 커버를 벗겨내면서, 신랑은 겸사해서 침대 밑도 청소하겠다고 해서 침대도 들어냈다.
나무 서랍으로 판이 짜인 침대라, 오랜만에 들어내니 먼지가 꽤 쌓여 있었다.
그렇게 찾아도 없던 아이 내복이 침대 옆구리에 끼어 있었다.
아이가 신나게 밀어 넣은 알파벳 카드도 한가득 모여 있었다.
반쯤 읽었는데 없어져서 찾던 책도 등장을 해주어 반가웠다.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밀어내고 닦아내니 개운했다.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가라앉은 기분이 사라지고 에너지가 생겼다.
우울증 걸린 사람에게 신발 정돈을 처방해 줬다는 얘기가 이해되었다.
그래도,
침대에서 끝을 냈어야 했다.
침대커버를 몽땅 걷어 세탁기를 돌리니, 옷빨래와 더불어 세 번을 돌려도 한 번이 더 남았다.
리조또를 만들어 먹고 나니 설거지가 한가득이다.
튀르키예로 보내는 구호물자 박스를 채운다고 옷장 정리를 겸사해서 했다.
아이는 저를 잡아 보라며 혀를 날름거리고,
개어 놓은 빨래를 무너뜨리며 지진이 왔다고 한다.
쓰나미 놀이방은 아직 손도 못 댔다.
시동 걸렸던 청소 모드는 점차 덜덜거리기 시작했다.
신랑의 말 한마디에, 하루종일 청소해서 힘들다고 화살을 쏘아 보내니,
본인도 하루종일 아이랑 놀고 설거지는 백번도 더 한 거 같다며 더 큰 화살로 보답했다.
오늘, 두 끼밖에 안 먹었는데...
청소는
정신 건강에 좋은 약이다.
그러나
과하면
몸에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