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셀까?
지문을 17년 동안 연구해 오신 분과 얘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지문으로 알게 된 정보를 통해, 부모와 기질이 다른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가는 데 성공한 임상 데이터가 많다고 했다. 특히, ADHD로 판정받은 아이들 대부분이, 그 기질을 제대로 파악하여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면, 아이들은 오히려 영재성을 발휘한다고 말이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라는 것이 트렌드다.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단점을 바꾸려고 힘들게 노력하지 말고 그 에너지를 장점에 쏟아부어 승부를 보라고 한다. 이 분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나무로 짠 술통을 예로 들어보자. 길이가 같은 나무로 술통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중의 한 개가 짧다고 하면 결국 술은 술통에 꽉 찰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살면서 장단점이 모두 드러나게 마련인데, 아무리 특화된 장점으로 잘 나가다가도 단점 하나가 결국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내가 귀가 너무 얇은가. 세상 사람들이 지구는 네모라고 할 때, 지구가 둥글다고 말한 이가 있듯이... 모두가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할 때, 먼저 단점을 보완하는 게 맞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 그녀가 사용하는 지문검사라는 도구가 흥미롭게 보였다.
그동안,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교육 상담을 해 왔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은 관찰에 근거한 '개인적 의견'에 동의를 하면서도 '결과치'가 나오는 기간은 기다리기 힘들어했다. 어쩌면, 아이의 단점은 알지만, 집에서 매일 해주지 않더라도 '짜잔' 성과를 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기대해서였을까. 그래서, 한 때는, 하얀 의사 가운을 입었다면 '개인적 의견'에 권위가 더해졌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었다. 아니면,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성향에 대한 보다 객관적 자료를 보여 줄 수 있다면... 그래서 매일의 노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쉬워질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에너지를 쏟는 그만큼이라도 온전히 만족할 수 있도록.
한 편에선, 과학적 근거 없는 지문검사를 통해, 불안한 학부모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지문을 통해, 아이 적성을 알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학과를 정한다는 것이 합리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이가 지문검사만을 통해 원치도 않는 과를 정말 가려 했을까도 궁금하긴 하다. 아무튼, 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는 법이니까.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흥미롭게도, 장점 극대화를 위해 실천하는 작은 변화들이 꾸준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장점이 반감되고 단점이 증폭될 수 있다고 한다. <김경일 교수 칼럼 참고>
결국에는 단점 극복으로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인가? 그래서 한 번 알아보려고 한다.
단점을 고치느니 장점에 집중해야 하는 트렌드와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소수의견? 사이의 진실을.
신랑에게 장점이 뭐냐 물으니, '잠을 많이 잘 자는 거'라고 했다. 더 이상 극대화 하고 싶지 않은 장점이다.
다섯 살이 되어가는 아이에게, '단점 보완 vs 장점 극대화'를 물으니... 주저 없이 '장점'이라 한다. 아이의 본능이 맞을까.
어느 쪽에 한 표 던져 보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