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Lee Dec 01. 2022

브런치. 나한테 왜 이래.

님아 이러지 마소.

써 놓고 보면 긴 글도 아닌데, 시간은 순식간에 한 참 지나 있을 때가 많다. 오늘도 그랬다. 아들 유치원 하원 시간이 다가와 서둘러 정리를 하며 발행을 눌렀다. 키워드까지 선택했는데, 다시 로그인을 하라는 화면이 떴다. 로그인 없이 글을 쓰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 브런치는 로그인 없이 글쓰기가 가능했단 말인가. 일단, 발행 대신 저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행 단계에서 요구한 '재'로그인에 응했다면 이 사달이 나지 않았을까 의문이 남는다.) 그러나 저장을 눌러도 다시 로그인 화면이 떴다. 동시에, 저장되어 쓰던 글이 있다는 팝업이 뜬 걸로 기억한다. 현재 쓰고 있던 글을 계속 이어서 저장하겠냐고 묻는 줄 알았다.  


세 시간 전, 테스트 삼아 사진을 올려놓고 저장했던, 같은 제목의 글이 나타났다. 사진만 뎅.그.라.니. 단 한 줄의 텍스트도 등장하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하여 뒤로 가기를 열심히 눌러봤다. 이미 늦었다. 열심히 써보겠다고, 하루 한 잔 이상 마시지 않던 블랙커피를 두 컵이나 들이키며 자판을 두드렸었는데. 카페인 과다로 손끝마저 떨렸다.


친절한 노트북이, 알아서 자주자주 저장해 주는 것에 길들여져서일까. 워드 작업을 할 경우, 무의식적으로 Command+S(저장)을 눌러대서일까. 브런치 글을 쓰면서 따로 '저장' 버튼을 누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일까. 이렇게 다 쓴 글을 허망하게 날리는 사고는 논문 이만 자를 쓸 때도 일어나지 않았다. 로그인해서 쓰고 있었는데, 왜 이러시냐고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오면, 잠시 동물적 본능에 귀 기울 일 필요가 있다. 혹시나 모르니, 글을 복사해 놓았어야 했다. 아니, 어떤 클릭도 하지 말고 그냥 노트북을 덮어 집으로 왔어야 했다. 할 수 없다. 아마도, 아직 발행하지 말고 다시 쓰라는 계시일런지도. 아무튼, 앞으로는 워드 작업을 먼저 하고 붙여 넣기를 해야겠다. 하루가 날아간 느낌이다. 무엇에 대해 썼는지 알고 있으니 다시 쓰면 될 듯한데, 한 번 썼던 글이란 게 또 그렇지가 않다.


쓴 글을 홀라당 날리는 경험도 참 오랜만이다. 그나저나, 시간은 왜 벌써 자정이 넘어가 있는 것인지. 이 기회에 알람을 맞춰놓고 시간 내로 쓰는 연습을 시작해 볼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평균적 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