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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Dec 09. 2022

초3의 그림책 분석

그림책을? 정말로?

영어를 거부하는 초등학교 3학년의 아이는, 딱 봐도 야무진 타입. 그런데 영어가 싫다고 한다. 초등 저학년 때 과도한 문법 학습으로 접근한 것이 화근. 첫 만남에, 아이는 그림책을 보자마자 서론, 본론, 결론으로 정리를 하고 책을 덮었다. 책 자체를 거부하거나 영어수업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많이 봤다. 그러나, 그림책을 스피디하게 분석한 무표정의 초3은 처음이었다. 물론 그림책도 서론, 본론, 결론이 있지. 그런데 똑부러진 이 아이의 접근방법이 왜 이렇게 낯설지.


매주 두 번씩 그림책을 들고 가서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이는 또 책을 가져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소파 끝 멀찍이 떨어져 앉아 책 읽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수업 횟수가 늘수록 떨어져 앉던 간격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 옆으로 다가앉아 그림을 함께 보기까지 3-4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책 읽기가 끝나면 클레이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며 역할놀이를 했다. 캐릭터를 코팅해서 인형극장도 만들어 보았다. 때론, 영어 영상으로 나오는 요가를 따라 하고, 붓에 물을 적셔 단어도 적어보았다. 인형들을 목욕시키기도 하고 아이가 원하는 걸 함께 의논해 만들어 보기도 했다.


6개월이 지나니, 독후 활동으로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활동을 확장시켜 보는 적극성을 띄면서 영어책 읽는 양이 늘기 시작했다. 일 년이 되지 않아 Oxford Reading Tree라고 하는 책 레벨 12 (거의 끝단계)를 읽으면서 인형극을 영상으로 찍었보았다. 이후 어학원으로 옮겨서도 원어민 선생님들과 재미있게 수업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교내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도 수상을 했다고 한다. 영어를 거부하던 친구의 일상에 작은 전환점을 만든 것. 그림책이 시작이었다.


Piglet : How do you spell love?

Pooh : You don't spell it, you feel it.


영어 그림책이 영어책 읽기의 도구로만 인식되지 않았으면 한다. 가끔은, 언어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아이와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lDg6swwd2U

Monkey and Me

Monkey and Me (소요시간 15분 이내)


반복되는 쉽고 편안한 운율에 빠져보자. Monkey and Me 리듬은 중독성이 있다. 영어를 어려워하고 표현이 많지 않았던 초등 1학년 아이도, 이 책을 읽어주니, 어느샌가 스스로 monkey를 fish로 바꿔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관심 있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은 하지 말라고 해도, 본인이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하지 않던가.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반복할 수 있는 쉬운 패턴을 찾아 리듬을 타보자.


확장 활동 1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Monkey를 대체

확장 활동 2

등장하는 동물들을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대체

확장 활동 3

How many? – 페이지마다 나오는 동물 세보기 One, Two, Three…

확장 활동 4

표지 주인공 되어보기 – 나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아이가 원하면 그려보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소근육 발달을 도와 이후 글씨를 써야 하는데도 실질적인 도움이 됨.


A4 한 장에, 엄마나 아빠가 알파벳 이니셜 혹은 제목을 적어 준다. 프린트로 이미 인쇄된 것을 보는 것과, 내가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손으로 쓴 글씨나 그림은 의미가 다르다. 아이는 몇 개의 단어 그 이상을 가슴속에 새기는 순간이 된다.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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