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Lee Dec 11. 2022

영포자 백신 처방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상상하고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 유튜버 신사임당 가정이 소개되었다. 홈스쿨링을 진행하면서 디지털 영어교육과 대뇌 발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방송에 나왔던 오은영 박사의 설명이다.


"대뇌의 발달은 신경회로가 연결된다는 것. 마치 산책로가 뚫리듯이 정보를 해석하는 길이 생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환경 안에서 접촉을 통해 물체의 성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 얻은 정보가 대뇌의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연결한다. 즉, 나무 블록과 자석의 질감이 다르고 모래 위를 걸을 때와 아스팔트를 걸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는 정보가 대뇌로 들어가서 물질을 해석한다. 이러한 신경회로 해석을 통해 대뇌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미디어만을 통해 영어를 오래 들을 경우, 대뇌로 들어가는 정보 루트가 몇 개 없다는 점에서 장시간 시청은 대뇌 발달에 바람직하지는 않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하고 있는 영어 습득 혹은 영어 학습은 어떠한 경로로 전달이 되고 있을까? 아이들의 대뇌가 활성화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자극을 주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영어는 급속히 아카데믹해진다.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영어를 하면서 무언가를 만들고 꾸미고 신체 게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아한다는 사실. 학습 진도, 학습량, 시험 점수 못지않게, 아이가 배움을 즐거워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대뇌 발달은커녕,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버린 머릿속에 지식 한 덩어리 가득 넣어준 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영어의 오감 만족은 대단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침잠에서 깨어나는 아이에게 ‘Good morning!’을 해줘도 충분하다. 코도 물어주고, 귀도 만져주고 머리도 쓰담 쓰담하면서 Good morning을 해주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아이가 고마운 일을 해주면 ‘Thank you’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일주일에 한 번쯤, 팬케이크를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은 가능할까? 아이는 자기가 하겠다고 밀가루 천지를 만들어 놓고 계란은 어설프게 깨서 껍질이 다 섞이고 손은 밀가루와 계란으로 뒤범벅이 되겠지. 이때 엄마가 쓰는 ‘Oh dear!’ 한마디, 갓 구워진 팬케이크를 먹으며 들은 ‘yummy’의 느낌은 단어로만 이해한 ‘맛있다’ 와는 차이가 있다.


문제는,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다. 문화적으로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거나, 사소한 한 마디의 가치를 충분히 체감해 본 적 없으니 선뜻 되지가 않는다. 그림책을 보고, 단어 하나 캐릭터 하나 바꿔가면서 십분 이십 분 아이와 옹알거리고 알파벳 몇 자 적는 것이 토플 에세이 작문에 도움이 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바쁜 아침에 여유롭게 아이 볼에 입 맞추며, 체질에 맞지도 않는 Good morning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영어를 몸으로 기억할 거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는 않다. 그럴 수도 있겠다 영감을 받고 시작했다가도, 어느새 드럼통 세탁기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매몰되다 보니, 오감영어는 잊힌다.


왜 모든 사람이 영어를 해야 하냐고 이의 제기를 한다면, 당연히 그럴 필요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다만, 이왕 할 거라면, 우리 아이들이 먼 길 돌아 돌아 영어를 언어로 만나지 않도록 하고 싶다면, 지금 가정에서 시작을 해 주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뿐이다. 어디에선가, 시작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영어 자립을 위한 그 시작. 엄마 아빠와 오감을 느끼며 시작한 옹알이 같은 말과 글은 시작일 뿐이다. 그 불꽃을 이어가며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아이의 몫이다. 그리고 아이가 불꽃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화선이 되어, 함께 믿고 달려 주는 것. 그것은 우리 몫이 아닐까.


처음부터 유창한 영어로 아이와 말을 나눠야 하는 것이 아니다. 느낌 있는 한 단어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오감만족 영어를 가정에서부터 경험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영어는 더 이상 지겨운 수업 과목이 아니다. 영어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와 손끝이 기억되는 언어가 된다. 영어를 소통의 언어로 인식한 아이는, 쉽게 영포자가 되지 않는다. 영포자를 위한 백신은 가정에서 만들어진다. Good morning을 매일 아침 듣던 아이가 어느 날은 엄마에게 Good morning을 해주는 날이 올 때, 그 소소한 기쁨의 주인공이 되어 보았으면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wxJTIxIoFo

Jamie Oliver

제이미 올리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셰프다. 말이 좀 빠르지만, 표현이 생생하다. 심플하고 스피디한 그의 요리를 보고 있으면, 콩나물도 못 무치는 나 같은 사람도 용기가 생긴다. 위 영상을 다 보고 난 48개월 아들의 첫마디가, 'wow, yummy!'였다. 일요일 브런치로 팬케이크 한 번 만들어 보자.


엄마나 아빠가 함께 팬케이크를 만든다고 하면 아이들은 신이 난다. 신이 날 땐, 뭘 하라고 해도 저항력이 적다. 어떤 재료가 필요한 지 아이에게 알려달라고 해보고, 스스로 식재료를 써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자. 밀가루 중량도 재보고, 우유도 계량을 해보자. 별 거 아닌 거 같고 손만 많이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한 번의 이벤트일지라도 아이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이왕이면 달콤하고 강력한 백신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자. (쓰면서, 아이들의 스펠링이나 속도 등을 문제 삼지 말자. 글씨가 아직 이르면 그림으로라도 그리면 된다. 지금은 쓰기의 애피타이저 단계이다. 왜 여태 milk 도 못쓰냐고... 입맛을 돋우기도 전에 불필요한 일로 서로 화를 돋우지 말자.)


Ingredients  


3 large free-range eggs

125 g plain flour

250 ml milk

unsalted butter


photo: from  i am | heart headed





작가의 이전글 초3의 그림책 분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