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그렇게 배웠어?

라고 아들이 물었다.

by J Lee

훔치는 행동이 옳지 않은 걸 아는 녀석이,

제 물건이 아닌 것도 분명히 아는 녀석이,

그러거나 말거나 지가 갖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모자 주인에겐 너무 작아 맞지 않으니까.

오히려, 자기한테 더 잘 어울린다며.


모자 주인은 대단히 불쾌해하며 물건을 훔친 녀석을 쫒기 시작한다.

도둑질을 하고 도망치는 녀석에겐, 누구에게도 본 것을 말하지 않겠다던 목격자가 있었다.

그러나, 목격자는 약속을 어기고 모자 주인에게 녀석의 위치를 제보한다.

주인은 녀석을 찾아내어 손을 봐준 뒤에 유유히 되돌아온다. 보이지도 않는 모자를 큰 머리에 얹고서.


어둡고 음산한 배경에 죠스 음악이 깔리면 딱 맞을 분위기다.

주인공은 도둑이고, 끝은 독자의 상상에 맞기겠지만.. 아마도 다시 볼 수는 없는 상황이 예상되고, 믿었던 누군가는 배신을 하는 그림책. 도둑질은 나쁜데, 주인공은 왠지 애정이 가서 부디 잘 도망가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이고, 물건을 도둑맞은 건 안됐지만 너무 과하게 한 복수에 할 말을 잃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목격자도 어이가 없는… 본받을 만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그러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아이와 어떻게 얘기 나눠 볼 수 있을까.


레벨로 보자면 쉽고 간단해서 금방 읽어지는 스토리이지만, 의견은 분분할 Jon Klassen의 <THIS IS NOT MY HAT>이다. 그의 그림책들은 대체로, 간단한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에 비해 울림이 큰 특징이 있다. 쿵푸 판다와 같은 애니메이션 작업 경험 덕분인지, 단순한 일러스트레이션에도 어딘지 모를 생동감이 느껴진다. 기분 탓일까. 아마도, 일러스트레이션 철학수업?을 열심히 들었나 보다.


“You must never illustrate exactly what is written. You must find a space in the text so that pictures can do the work. Then you must let the words take over where words do it best. There’s an interchangeability between them, and they each tell two stories at the same time.”

(quoted from Lanes 1980: 110)


좋아하는 책이었는데... 수업에 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려 현재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혹시, 댁에서 검은 표지에 물고기가 그려진 책이 발견되면, 원 주인에게 신고 좀 부탁드립니다. That is not your book.




아들 녀석이 옳지 않은 행동인 줄 알면서도 강여사를 도발했다.

한 마디 들을 줄 뻔히 알면서도

빨간 유성매직으로 소파에 쓰나미를 그려놨다.

강여사가 팔이 아프게 검은 매직을 지워놓은 직후다.

"이놈!."

강여사의 단어 선택이 맘에 들지 않았던 아들이 두 번째 도발을 시도했다.

"할머니 나쁜 거야. 유치원에서 그렇게 배웠어?"

미간에 힘을 준 표정까지... 어이가 없다.

당연히 영국 신랑은 이런 말을 쓸 리가 없고, (들어도 이해 못 함)

강여사도, 어미도 아이에게 언급한 적 없는 이 말을

대체 어디에서 듣고 이 상황에 써먹고 있는지.

아무튼,

약이 오른 강여사도 지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소파에 낙서하라고 배웠어?"

아들에겐, 강여사의 피가 흐른다.

"따라 하지 마! 나쁜 거야!"


소파에 하는 낙서는 안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의 거대한 쓰나미 창작열은 끄고 싶지 않은 이 아이러니를...

Jon Klassen 작가라면 어떻게 표현할지... 자못 궁금하다.


그나저나 아들아, 그 말은 대체 어디서 배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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