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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r 26. 2023

달콤 쌉싸름한 봄

Spring is Here

공기가 차다.

창문 너머로 보면 해가 따뜻해 보이고 하늘도 파랗다. 그래도 창문을 열면 시원함보다 조금 차가운 공기가 밀고 들어온다. 허나, 마음은 이미 봄이라 어제도 다녀왔던 동네 카페로 신랑과 한 번 더 다녀올 참으로 나섰다. 토요일 비슷한 시간에 이층은 나름 한적했던 큰 카페라, 거기서 일할 수 있다고 꼬셔 노트북과 아들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섰는데... 이런. 화창한 날씨에 파란 하늘은 우리만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1.2층 전 좌석이 꽉 차, 자리가 날 때를 기다리는 팀이 우리 말고도 여럿 눈에 띄었다.


공기가 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나무 앙상하던 자리에, 하얗고 노랗고 분홍빛의 생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을 가던 노인께서 한참을 구부려, 바위 틈새로 올라온 노란 꽃을 정성 들여 찍는다. 노인의 사진속에 저장되었을 노란 꽃을 생각하니... 겨울 내내 메마르고 팍팍했던 기운이, 꽃사진 한 장으로 촉촉해질 것처럼 설렌다. 두꺼운 외투는 벗었지만, 그래도 아직 털스웨터에 얇은 패딩조끼로 꽃들을 시기하는 차가움에 대비를 했던 노인께서 환절기에 건강하시길.


공기가 차다.

바람이 많은 오후였다. 화창함에 화사한 옷을 입고 나왔던 이들은 외투를 여민다. 아직 바람이 차서 볼이 빨갛고 손이 얼었는데도, 조끼조차 거부하는 아들은 흙길을 오르락 내리락 마냥 즐겁다. 나들이 나온 아이들 중엔 반팔도 보인다.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눈부시니, 아이들의 설렘은 열기로 발산이 된다. 재킷을 두른 아이들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의 설렘은 몸으로 표현된다. 카페 뒤로 난 산책로를 같은 무리가 끊임없이 우르르 왔다가 간다. 봄병아리들 같다.


아직 공기가 차도 이미 봄이다.

윤중로에도 이미 벚꽃이 피었고, 목련도 준비 중이다. 봄이라서 소개하기 좋은 봄책. 제목 그대로 너무 정직한 봄이 왔네. <Spring is Here> by Taro Gomi.

같은 제목으로 봄을 노래한 책들이 많음에도 1999년 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눈이 녹고, 싹이 트고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한 계절 한 계절 모두 송아지가 성장하는 모습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돌고 도는 계절을 심플하게 담아낸, 그러나 같은 봄이라도 송아지의 시작과 끝이 같지 않음이 마음에 든다.


아이가 읽기 연습을 하듯 후루룩 읽어낸 영상이지만, 책장을 넘기는 손과 목소리가 귀여워 공유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eh22VOKM88

모든 가정에 봄기운 충만한 기쁨이 넘치길 바랍니다.

photo: Yeji Kim from real si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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