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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Dec 07. 2022

오늘만 쓴다

Every day has Today

엄마표 영어를 6-7년 정도 물 흐르듯 잔잔하게 그러나 멈춤 없이 하고 계신 어머니를 알고 있다. 영어책 중심으로 읽고 녹음해서 듣고 따라 읽는 활동을 꾸준히 해 온 결과, 아이는 목동 학원 생태계에서도 우수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쓰기는 어떤가 여쭈었다. 현재는 학원에서 책 읽고 요약하는 것이 활동의 주가 되고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쓰기도 해 주실 수 있지 않으셨나 했더니, 엄마표로는 (아이가) 다른 활동도 힘든데 쓰기까지 더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문법 강의를 정말 명쾌하게 하는 선생님을 알고 있다. 쓰기는 어떻게 하고 계시냐 했더니, 수능에선 쓰기 시험이 없기 때문에 쓰기 강의는 안 하신다고 했다. 선생님의 학생들은 쓰기가 필요 없다고. 수행평가 정도는 어렵지 않아서 아이들이 구글 번역해서 알아서들 잘한다고.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에,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한 구절이 있다.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 영어 말고도 해야 할 것이 많은 우리 아이들이다. '중요성'은 알지만, '필요성'에서 체감되지 않는 쓰기는 뒷전이 된다. 굳이 설득해서 될 일이 아님을, 몇 년간의 경험으로 (이제야) 깨달았다. 쓰기는 할 사람만 하는 걸로.


문법의 첨삭만으로 영어 글쓰기는 향상되지 않는다. 아무리 이상한 문장을 써 놓았다고 해도, 자신이 쓴 문장을 다시 읽어보고 스스로 고쳐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발전 가능성은 더 높다.  


'오늘만 쓴다'는 문법 교정소가 아니다. 아이가 뱉어낸 말들이 글이 되고, 나와 내 아이가 주인공이 되며, 함께 썼던 글을 다시 들여다보는 기회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영어'와 '쓰기'에 부여한 묵직함으로는 사막을 건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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