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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Apr 21. 2023

자동차 실종 사건

지하 주차장이 답답했던 걸까

한 달 전부터 평창을 가기로 예약해 놓았었다. 오랜만에 떠나는 장거리 여행. 체크인은 3시였지만, 일찍 가서 근처를 산책할 생각으로 아침부터 부랴부랴 챙겨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이번주 주차장 공사가 있어, 차를 매번 세워 두는 곳이 아니라, 입차하면서 자리가 보이는 곳에 했으리라. 나흘 전에 주차한 곳을 기억할 수 없었다. 그래도 주변을 돌아보면 있으려니 했다.


성인 세 명이 흩어져 주차장을 훑어가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넘어가도 차를 찾을 수가 없었다. 자동차 실종 두 시간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경비 세분과 경찰관 두 분이 합세하여, 900세대가 사는 지하 주차장 2층과 3층을 다시 촘촘히 순찰해 보기 시작했다.


혹시 옆 아파트에 주차하고 온 거 아니냐는 질문에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고 했다. 그러나 세 시간쯤 되니, 문득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어딘가에 세워두고 이토록 기억을 못 하는 걸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무슨 일이 정말 있었던 걸까.


호텔 패키지는 당일취소면 그냥 그걸로 끝이어서, 차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야 했다. CCTV 경로 추적 동의서와 도난 신고 서류를 작성하고 택시를 불렀다. 일단 렌터카 시간이 가장 빠른 곳에서 일행과 합류하여 100킬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2차 순찰을 돌았던 분들 역시, 평창에 도착할 때까지도 차를 찾지 못해, 도난 사건 배정을 했다고 한다. 이러다 정말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면 … 참으로 난감할 것 같다.


아들에게 차가 어디에 갔을까 물었더니, 날아갔다고 한다. 어미는 계획에 없던 지출이 교통비로 날아갔단다. 지하 주차장이 갑갑했을까. 매일 보이던 관심이 소홀해지자 섭섭했나.


아파트 주차장에서 사라져 버린 자동차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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