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Lee Jan 20. 2023

아들의 공부

엄마 공부하지 마.

노트북을 열어 놓고 있으면, 51개월 아들은 엄마가 공부를 하고 있는 줄 안다. 영상이 나오지 않는 화면. 대신, 두두두 소리에 맞춰 글자가 나타나니 재미있나 보다. 저도 공부를 하겠다고 달려든다. 그러면 무릎에 앉혀 키보드를 치게 해 준다. 엄마 글은 놔두고 네가 쓰던 글을 계속 쓰라고 작가의 서랍에서 쓰던 글을 열어준다. 나름 두 손으로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려 댄다. 그리고는 뭐라고 쓰여있는지 묻는다. 아무 말 대잔치로 읽어줘도, 스스로 대견한 듯 다음 줄을 이어간다.


유치원 가방에서 반으로 접힌 종이를 꺼내면서 엄마 공부하라고 한다. 노트북을 만들어 왔다. 화면에는 무지개가 떠 있다. 엄마의 마감 시간이 임박해 노트북을 차지할 수 없으면, 옆에서 종이 한가득 열심히 쓰고 있다. 슬쩍 쳐다보고 뭐 하고 있느냐고 하면, 00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매사추세츠공대 인지뇌과학과 교수 연구진이 15개월 아기들 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다.

세 그룹으로 나뉜 그룹 A.B.C

A 그룹의 아기들에게는 "여기에 뭐가 들었을까? 내가 꺼내볼게"라고 말을 한 뒤, "어떻게 이 장난감을 꺼낼 수 있을까?"... 이리저리 궁리하는 모습을 30초 정도 보여줬다.

B 그룹의 아기들에게는 박스에서 손쉽게 장난감을 꺼내는 모습을.

C 그룹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A.B.C 그룹 중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오는 장난감에서 소리가 나지 않을 때, 더 많은 횟수를 눌러 '인내' 있게 음악이 나오게 하려는 노력을 한 그룹은 어른들의 '궁리'를 목격한 A 그룹이었다고 한다. 박스에서 장난감을 꺼내거나 열쇠고리에서 장난감을 분리하는 실험에서도 결과는 같았다고 한다.  


보여주는 것만이 아이들에게 인내와 노력을 가르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 해도,

보는 데로 따라 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 줘야 할지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아들은 혼자 노는 게 심심해지면 강아지처럼 겨드랑이 밑으로 파고들어 조른다.

엄마 이제 그만 공부해.


잊어주었으면 하는 모습에 수차례 노출 되었던 아들의 기억 속으로

해피 바이러스를 침투시켜야겠다.

그래 놀자. 뭐 하고 놀까.

하얀 종이 위에 노트북 스크린이 여럿 열렸다.

덕분에 웃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bPivCAi1D74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의 패턴 끊어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