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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Apr 25. 2023

'는개' 아시는 분

비보라는요?

순우리말의 듣기 좋은 비 이름이 꽤 많다.


가루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가루비.

실처럼 가늘게 내리는 실비.

안개보다 조금 굵은 비, 는개.

한쪽에서 해가 비치면서 내리는 해비.

빗발이 선명하게 굵게 내리는 발비.

센바람에 날려 마구 흩뿌려지는 비보라.


들을 땐 새록새록 예쁜 우리말이지만,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발비' 내린다 혹은 '는개' 온다고 말해 본 기억이 없다. 내 나라말도 모르는 말이 많고, 잘 쓰지 않는 말은 기억 속에서 잊히게 마련이다.


영어도 다르지 않다. 눈으로만 본 문장, 들어서 이해는 하는 문장이라도 말해보지 않으면 기억 속에서 쉽게 잊힌다. 소통해야 할 때, 말이 되어 나온 문장이 자기 재산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말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말한 문장이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면, 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지 더 잘 들리게 된다. 미드를 보다가도,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 더 관심 있게 듣게 되는 것이다.


우리말이라서 느낄 수 있는 감성. 언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모국어가 주는 선물이다. 외국인이 느끼는 가루비, 실비, 해비의 느낌과 모국어로 한글이 편안한 사람이 느끼는 감성은 어딘가 다르다. (왠지, 타일러는 한국인보다 더 감수성 가득하게 비보라를 받아들일 것 같지만...)


영어도 다르지 않다. 학습으로만 익힌 단어, 공부로만 이해한 문장만으로는 그 언어가 가진 감성을 담뿍 느끼기 어렵다. 함께 팬케이크 만들어 먹으며 외치는 Yummy! 와, 달달한 사탕을 입에 물고 알게 되는 Sweet! 는 뇌 속에 각인되는 장소도 다르다. 물론 모든 영어 문장을 이렇게 '학습'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물꼬는 터 줄 수 있다. 소통의 재미. 그것이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된다면, 그 나라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언어의 온도'를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영어를 언어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소통으로의 언어가 주는 선물이다. 


안개비 misty rain

이슬비, 보슬비 drizzle

가랑비 sprinkle 

소나기 shower

여우비 sunshower

폭우 heavy rain/downpour


As the misty rain gently descended upon the town, a brief sprinkle transformed into a sunshower, followed by a sudden shower, and finally culminating in a heavy downpour that left the streets soa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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