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지요.
'아이가 감당이 안돼서, 컨트롤이 안돼서'
유튜브 쇼츠에 올라온 엄마표영어 안하는 이유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어떤 분이 아이가 감당이 안돼서 컨트롤이 안돼서라고 하셨나 보다. 유튜버께선, 이 말은 아이가 감당이 안돼서 육아를 못 하겠다는 말과 동일하다고 응대하셨다. 인간은 원래 감당이 안되니까. 또한, 내가 아이를 컨트롤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라는 관점에서 '컨트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가 틀렸는데, 컨트롤은 하고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이 좋은)엄마표영어를 못하는 것은 육아를 못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수 있겠구나 생각은 들었다.
이십여 년이 넘는 긴 세월, 정말 많은 엄마들을 만나며 엄마표영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분임을 안다. 이왕 영어를 할 거라면,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영어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알리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은 점에서 공감하고 늘 새롭게 배우는 영역 또한 분명히 있다.
다만, 육아가 유난히도 서툴고 힘들었던 사람의 입장에서 댓글 다신 분의 심정을 한 번 바라보게 되어 이 글을 적게 되었다. 댓글 이외의 상황은 알 수 없어, 주관적인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겠다.
그날 질문이 '엄마표영어 안 하는 이유'여서 관심을 둔 것인지, 관심은 있지만 그날 질문이 마침 엄마표영어 안 하는(못하는) 이유여서 답글을 남긴 건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래도 일단, 이 분은 엄마표영어 유튜브 방송에 참여해 댓글을 남긴 엄마다. 다른 사람들의 아이들이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을 보지 않으려 해도 볼 수밖에 없는 공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요즘은 영어 시작하는 연령도 전에 비해 확실히 낮아지고 있다. 젊은 엄마들의 적극적 참여로 아이들의 책 읽는 양도 증가하고 레벨도 높아져 있음을 체감한다. 참여자 수도 많아 올라오는 질문도 다양하다. 비교하는 건 소용없는 일,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아이보다 어린아이가 어느 정도 영어를 하고 있다는 얘기들을 실시간으로 계속 듣다 보면, 엄마는 어떤 마음이 될까. 당연히 다시 내 아이를 보면서 다시 중심을 찾아가겠지만, 순간적으로 드는 '그 어떤' 생각은 한 번쯤 다 경험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말씀을 나눴던 수많은 어머니들. 그들은 엄마표영어를 하지 않는 분들이었다. 엄마표영어에 대한 선입관이나 넘사벽으로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 분들도 있었다. 혹은, 새벽같이 일을 나가 저녁에나 들어올 수밖에 없는 워킹맘들도 있었다. 영어 울렁증이 너무 심해, 본인이 영어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조차 싫어하는 엄마들도 있었다. 엄마표영어에 대한 생각도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아이를 기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일들과 수많은 날들에 엄마가 이미 무너져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아이 영어가 우선이 될 수 있을까. 엄마가 먼저 일어서고, 엄마 마음에 영어에 대한 필요가 생겨야 가정에서 영어가 시작된다는 믿음이, 엄마들을 만나면서 생겼다. 우울한 엄마도 많았고, 육체적으로 지친 엄마도 많았다. 배우자와의 양육 갈등을 겪는 분들도 있었고, 배우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다른 문제가 당장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경우도 보았다.
말이 늦어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 과잉 행동으로 엄마의 진을 빼는 아이, 끊임없이 손이 가는 아이, 떼가 유난히 심한 아이, 이미 미디어에 흠뻑 빠져 일상이 힘들어진 아이... 사랑스럽고 소중하지만, 나름대로 성장통을 크게 앓는 경우 혹은 잘못 자리 잡은 습관으로 하루하루가 더 고단해진 경우... 에너지가 쉽게 고갈되는 일인으로 그 힘든 하루를 알기에... 엄마표영어를 육아와 동일선에 넣기 전... 엄마가 혹시 괜찮은 지 먼저 묻고 싶었다.
어떤 의미에서의 컨트롤이 어려운 것인지. (컨트롤의 정의부터 동일선에 놓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감당이 안 되는 것은... 아이가 겪고 있는 어떤 힘듦 때문인지... 엄마와의 관계는 괜찮은지... 엄마는 건강한지. 엄마 마음은 행복한 지. 영어는 어떻게 시작해 주고 싶은 것인지. 그냥. 그녀의 안부가 궁금했다.
엄마표영어=육아? 육아 속에 자연스러운 언어 습득으로 영어를 접하게 해달라고 하는 얘기와 상당히 겹치면서도 어딘가 살짝 다른 이 차이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조금 더 생각을 하고 싶어졌다. 그저 육아가 힘든 사람의 자격지심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