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Lee Dec 23. 2022

꿈은 해몽하기 나름

인생은 해석하기 나름

인생을 바꿔 줄 수도 있었을 꿈이었을까.

당첨 번호라면서

숫자가 들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자리.... 12

두 번째 자리.... 9

다음은?

정적이 흐른다.

어서 말해줘.


자명종이 울렸다.

비몽사몽. 아쉽고 허탈할 감정이 먼저 일어났다.

마치 백만장자의 기회라도 놓친 듯이.




엄마는 고추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걸어간다.

갑자기 바구니에서 고추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며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다.

놀라서 주섬주섬 담아 보려 하지만

고추는 신기루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빈 바구니만 들고 허탈해한다.


엄마는 그렇게 셋째도 딸일 줄 알았다고 한다.

딸의 태몽을 얘기하면서,

이미 몇 번을 얘기했으면서도,

그때마다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듣고 있을 딸의 감정까지 보듬기엔,

그 삶에 여유가 없었으리라.

완고하고 보수적인 시부모님과 한 지붕에 살며

딸 셋 낳은 맏며느리는 충분히 고단했다.


'네가 아들이었다면...'

어딘가를 방문하면,

누군지도 모르는 어른들이 아이를 보며 하는

첫 '인사'였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공부를 잘하니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라는 말을

누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시간이 지나,

태몽 이야기를 이탈리아 친구와 나눌 기회가 있었다.

존재가 온전히 환영받지 못했다는 마음이

전해졌나 보다.


세상에 비우지 않고 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친구는 말해 주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표현했던 한국 정서의 '아쉬움'이

'채워짐'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친구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다른 시각으로의 접근은…

한 영혼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그러게…

꿈은 해몽하기 나름이었는데.

가득함을 털어낼 수 있는 강력함이고

빈 것을 채워내는 소중함이었다고 말이지.




자명종이 조금만 늦게 울려

복권에 당첨이 되었다면

지금의 신랑을 만나 아들과 셋이서 살고 있었을까.


백만장자를 밀어내고 찾아와 준

Priceless 아이를 보고,


팔순 넘은 이모님이 말씀하셨다.

'에구. 딸이나 되지.'


아이의 귀를 매번 막아줄 순 없다.

다만,

자신의 삶을 이롭게 하는 지혜로운 해석으로

실패도 이겨내고, 다른 이의 아픔도 보듬을 수 있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존재로 자라나길

기도해 본다.


 사진: 세 살배기 아들의 페인팅 덧칠. 추상화도 해석하기 나름 …









매거진의 이전글 잘 살아야 잘 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