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양육의 세계를 찾아...
육아와 놀이를 뗄 수 없듯, 당연히 책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었다. 아들을 낳고, 책 육아란 말을 빈번하게 듣게 되자, 이것이 전에 없이 새로운 육아의 한 방법인 줄 알고 이웃 엄마에게 물었다. 책 육아가 대체 뭐냐고.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어준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삶과 책이 밀접하게 양육하는 것이라고 했다.
(Oh, wow!)
브런치작가 주정현 님은 책 육아가 '특정 육아 방식을 부르는 명사로 기능'하게 된 기원을, 독서교육을 강조한 초창기 인플루언서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이들로 보았다. 책 육아를 통해, 유전도 가문도 IQ도 싹 다 뒤집을 수 있다는데 그 비법서를 안 사 볼 엄마가 있을까.
"육아는 힘들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것만큼 소중하고 값진 것은 없다. 그러니 엄마는 바쁜 일상에 쫓기다가도 책 육아의 다짐을 다시 비장하게 한다." (출처:베이비뉴스)
역시 반골기질 때문일까... 책 좋은 거야 당연히 알겠는데... 책과 놀이는 진리라고 믿는 일인이지만... 이렇게 비장해야 하는 책 육아는 왠지 부담스럽다. 물론, 예전처럼 심심하면 책을 집어드는 시대는 아니다. 책보다 흥미로운 자극이 주변에 엄청나다 보니 '비장한' 마음으로 책을 어필해도 겨우 한 두 권이 읽힐까 말까, 그래서 애타는 마음이 될 수 있는 것은 이해가 간다. BUT. 힘이 들어가면 그만큼 빨리 지치게 되지 않을까.
책은... 바쁜 일상에 쫓기다가도 책 한 장 넘기며 숨 돌리는, 쉼의 느낌이면 안 되는 걸까. 바쁜 일상에 쫓기다가도 다시 정신 차리고 '비장하게' 책을 손에 집어 들어야 할 때는... 단기간에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분명한, 주경야독의 느낌이다. 육아를 이렇게 달려야 한다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 독서교육임을 안다. 비법전수도 좋고 실제 아이들의 경험담, 책 목록 리스트 다 좋다. 물론 유용한 정보이고 도움이 된다. 다만, 옆 집 엄마의 에너지를 따라가지 못해 스스로를 자책하며 '책 육아'를 어렵게 느끼는 엄마가 생기지는 않았으면 한다.
한 때, '학원은 싫고 엄마표 영어는 부담스러운'이란 말이 유행했었다. '엄마표 영어'라는 본질보다, 그것을 이루어낸 이들의 에너지와 로드맵에 미리 주눅 들어 생긴 선입관이 아니었을까. 책 육아... 엄마표 영어. 단어가 주는 무게에서 뒷걸음부터 치지 않았으면 한다. 손해는 내 아이가 본다.
책을 펴고 앉아 읽기 시작하면, 유치원 아이들이 그랬고, 조카가 그랬고, 아들이 그랬듯이... 아이들은 품을 파고들어 기어이 무릎 위로 올라앉아 책을 함께 보려 한다. '책 육아'를 '따라가는' 것이 버거우신 분들은... 책 육아를 잠시 내려놓고... 육아 속에 책 한 권 슬그머니 넣어보시면 어떨까 싶다.
자정이 되기 전 글을 올리고, 날이 밝아 읽은 책에서 만난 문장이 반가워 뒤늦게 기록을 해놓는다.
"공부는 일정 나이가 된 다음에 '이제 나이가 찼으니 공부해'로 시작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새겨지는 것이다." - 천년 동안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프레스코발디 후작의 인터뷰 중에서 <그물망 공부법> by 조승연.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