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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y 16. 2023

밥을 먹고 소화하듯

언어도...

밥을 먹고 소화시키는 과정은 인간이라면 모두 동일하게 진행된다. 위장의 크기나 소화능력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망정, 기본 시스템을 역행하는 일은 없다. 언어를 배울 때는 어떨까. 어느 언어를 배우든, '이해 가능한 인풋'(Stephen Krashen:comprehensible input)을 통해 습득/학습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기와 엄마...(김춘수 님의 <꽃> 인용)


내가 엄마라고 불러주기 전에는

그녀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엄마라고 불러주었을 때,

그녀는 나에게로 와서

엄마가 되었다.




언어뿐일까.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식은... 쏟아지는 정보는...

십여 년이 넘어 한국에 돌아왔을 때, 폰을 개통해 주는 매장의 직원 말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런 와중에, 아파트 분양권? 이해 가능한 인풋이 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용어와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서도, 결정을 내리기엔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혼란 그 자체.


아이들의 영어 학습도 비슷하다. S/he is, s/he was, we are, they are 정도의 인풋을 넣어주고, 이쯤은 이해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해 가능한 인풋'은 인풋을 넣어준 사람이 아니라 받은 사람이 결정한다.


아이들이 영어를 힘들어한다면, 현재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이해 가능한 인풋' 인지 얘기 나눠보시길 권해본다. 밥을 씹어서 대신 소화시켜 줄 수는 없다. 다만, 소화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거나, 소화가 더 잘되는 음식을 찾아볼 수는 있지 않을까.


자녀들의 영어 학습을 위해, 크라센 교수님의 젊은 시절 비디오를 공유합니다. 바쁘신 분들은 3'35'' 즈음, 독일어로 얼굴을 그리며 외국어의 학습 예를 보시면 '이해 가능한 인풋'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iTsduRreug


아이들이 시스템 속에서 자신을 모자란 사람으로 평가 내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는 동생이, 왜 가정에서의 영어 코칭을 하려 하냐고 물었습니다. 아직도 시스템만으로는, 아이들의 영어 자존감이 단단해지기 힘든 환경이라 그렇습니다. 아이들 곁에, 중심을 잡고 믿어주는 부모님이 계셨으면 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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