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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y 27. 2023

어린 예술가

너는 표현한다 고로 존재한다.

산책덕후 한국언니 작가님의 소개로 알게 된 라울 뒤피. 그의 작품이 보고 싶어 졌다.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더현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라울 뒤피 전시장을 찾았다. 거대한 매장 규모에 비해, 전시장은 생각보다 작았고 사람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아들의 심심함이 관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배고파...배고파...나갈래...나...갈래...쉬마려"


들어오기 전에, 모든 간식을 거부하더니... 라울 뒤피 님의 작품에 위장이 영감을 받고 깨어났는가. 전에 없이 허기짐을 호소한다. 웬만큼 배고파서는 배고프다는 표현을 하지 않더니... 결국 화장실을 무기로 이십 분의 휴식 시간을 얻어냈다.


다시 돌아와서, 나비도 세어보고 거북이도 판화로 만나보았다. 그래도 라울 뒤피 님은, 조용히 다시 찾아뵙는 걸로.




옆으로 난 작은 공간에 무슈사가 무료로 전시되고 있었다.


For me everyone is an artist,
that is to say a human being capable of
expressing himself.
모든 사람은 예술가,
즉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라피티 작가, 거리의 예술가로 통하는

토마 뷔유(Thoma Vuille)가 2016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M.Chat으로 활동하는 그는, 단순하고 굵은 선, 큼직한 눈 활짝 웃고 있는 노란 고양이 무슈사를 탄생시켰다. 파키스탄 소녀가 그리던 고양이에서 영감을 얻어, 수없이 그리고 그리다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야옹이가 되었다.


수많은 고양이들 중에 왜 무슈사일까.

벌금형을 받아가면서도 거리의 예술가로 소통하려던 그의 의지. 멈추지 않는 표현에 대한 응원도 한몫했으리라. 밝고 선명한 배경들이 무슈사의 익살스러움을 증폭시킨다. 해치랑 만나면 둘이서 잘 놀 것 같은 야옹이다.




아들은, 그 어떤 전시보다도 자신이 재미있는 활동을 몸으로 표현하는데 가장 열중했다. 토마 뷔유 작가님에 따르면, 너는 이미 예술가다. 아직은 어린 예술가. 끊임없는 너의 몸짓들. 표현들. 고로 너는 존재하는... 예술가. 재미있는 게 무엇인지 귀신같이 알아내는 녀석.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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