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 적 있으세요?
꽃봉오리가 열리는 바로 그 순간을 마주한 사람이 있을까.
얼마나 오래 지켜보고 있어야 가능한 일일까.
무지개가 나타나는 순간은?
언제나, 무지개가 먼저 오고,
그제야 감탄이 따라온다.
요르단에서 캠핑을 하며, Moonrise, 달이 떠오르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
처음이었다. 밝고 큰 달이 눈앞에 지나 검은 하늘에 박히는 느낌이었다. 달빛이 그렇게 밝은 줄 미처 몰랐다.
네 시간이 넘게 새벽부터 산을 올라,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내산 위에서 바라본
Sunrise 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일출과 월출처럼 작정을 하고 꽃봉오리 터지는 순간을 기다려 본 적은 없었다.
대신,
그 순간을 지켜보고 싶었던 아이의 이야기를 끼적여 보았었다.
런던, 안젤라의 정갈한 뒷마당에서 영어로 써놓았던 초고를 잃어버렸다.
대신, 한글로 적어본 버전은... 손을 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생각지도 않았을 때 갑자기 연달아 터진 브런치 글 조회수를 보며,
비슷한 느낌이 들어, 일단 옮겨 놓기로 했다.
마치,
하듯이...
봉우리를 굳게 닫고 있던 꽃이 어느 순간엔가 활짝 피어있고, 새 먹이로 던져준 빵덩어리는 잠시 한 눈 판 사이 사라지지요. 이렇게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일상생활이 바쁜 우리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무지개가 뜨는 순간만큼은 지켜보고 싶었던 주인공의 긴 기다림 끝에 선물처럼 펼쳐진 하늘 위 오색길. 그것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함께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동시형태로 만들어 본 이야기입니다.
단단히 토라져 버린 꼬맹이처럼
빨간 꽃잎 돌돌돌
야무지게 말아 넣고 풀어줄 기색이 없네
언제나 풀어질까
마냥 기다려보지만
점심상 차려놓은 엄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으름장을 놓으신다.
얼른 오지 못하겠니! 하나…둘…둘의 반…
마당에 남겨진 네게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신발을 벗고
집으로 들어가 밥 한 술 뜨는데
손맛 끝내주는 엄마표 떡볶이에 잠시
정신을 놓고 나와보니
내 허기가 풀리듯, 네 기분도 풀렸는지
스르르
열어젖힌 너의 꽃잎들은
겹겹이 겹겹이 서로를 안아주며
퍼져나가는
빠알간 소용돌이.
꼭꼭 숨어버린 아이들처럼
이파리만 후드득
요란스레 흔들고 나타날 기색이 없네
언제나 나와볼까
마냥 기다려보지만
수학숙제 펼쳐놓은 엄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으름장을 놓으신다.
얼른 오지 못하겠니! 하나…둘…둘의 반…
마당에 뿌려놓은 빵조각에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신발을 벗고
집으로 들어가 수학문제 푸는데
머리가 핑그르르 도는 숫자들에 잠시
정신을 놓고 나와보니
수학문제 풀리듯, 네 날갯짓도 풀렸는지
사르르
흩뿌려진 빵가루들은
켜켜이 켜켜이 서로를 안아주며
쌓여나가는
새하얀 눈꽃송이.
오늘은 꼭 보고 말 거야
다짐을 하며
창문 앞을 지켜 선다.
비 온 뒤엔 나온다 했지
해가 날 땐 나온다 했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밥 먹으라고 으름장 놓던 엄마도
풀어야 하는 수학문제도 오늘은 없는데
내가 좋아하는 만화주인공 목소리가
자꾸만 나를 부른다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방문으로 발을 뗀다
한 걸음, 한 걸음
만화 주인공 목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린다.
나는 발을 쭈욱 뻗어
방문을 밀어
닫는다
쿵
그리고…
희미한 수채화 물감 퍼지듯
하늘에 그려지는 둥근 오색길
눈을 감아도 보이는
빨간 햇덩이가
보내준
내 기다림의 선물.
무지개.
Photo by Rich Reid, National Geogrphic
사진 속 드라이버는, 무지개를 느낄 수 있었을까.
끝내주는 순간을 담아, 독자의 눈 앞에 펼쳐놓아 주시는 사진작가분들의 인내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虹 (にじ, 니지) rainb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