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있으면 마냥 편했던 과학적 근거
몇 년 전, 대학 때 친구가 옆 동네로 이사를 왔다. 자전거로 십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 자주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가끔, 맥주 한 잔도하고 밤이 깊어갈 때 근처 카페에서 즉흥적으로 만나 차를 마시는 재미가 있었다.
친구는 키가 크고 걸음이 빠르다. 학교 다닐 때 축지법을 쓰겠다며 친구의 팔짱을 끼고 걸으면, 확실히 강의실까지 가는 시간이 줄어 있었다. 그 길을 걸으며 나누었을 대화는 단 한 톨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친구와 있으면 편하게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우직하게 자신이 계획한 것을 이루어나가는 스타일이다. 원하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구원이 되었고, 인맥 또한 넓어 내가 찾고 있는 일, 원하는 일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분들을 최대한 연결해 주었다. 정보도 빠르고, 원하는 삶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도 하는 친구다. 내 친구지만, 자랑하고 싶고, 자랑스러운 나라의 일꾼.
어제, 이웃 작가님이 보내주신 성격유형 검사를 이동 중에 재미 삼아 해보았다. 결과를 보고, 사람들이 왜 그렇게 MBTI 성격유형 테스트를 흥미로워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여러 가지 족집게 같은 결과물 중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든 유형에 웃음이 났다. 친구의 유형을 물어보니... 세상에 그 흔치 않다는 유형 속에 우리가 있었다. 친구야... 유유상종이라더니 조상님들은 이 많은 질문 없이도 참 직관적으로 세상을 꿰고 계셨구나. 너와 내가, 공통의 고민을 하고, 비슷한 감정선에 공감하고, 언제 만나도 편한 이유가... 과학적 근거로 이렇게 나와 있었구나.
친구와 친구의 신랑은 정반대 유형이라, 서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정말 많았다고 한다. 유유상종이면, 부부도 그렇게 만나 힘들이지 않고 살면 좋을 텐데, 끌리는 건 또 반대되는 성향인지라. 그래서 많은 부부들이 결혼 후 현실 속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하긴 뭐, 내 안에 너무 많은 나와도 수시로 부딪히는데... 남이야 오죽할까.
아무튼, 친구를 보니,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것은 하기 나름인 듯해서 용기가 생겼다. 같은 계열 색이라 해도 그 농도에 따라 옅음과 짙음이 있듯이, 무엇이든 단정적으로 고정시킬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다.
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성격은, 유전 + 양육방식 +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나를 결정짓는 많은 요소가,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영역에서 출발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내 거니까... 앞으로의 나를 결정지을 멋진 날들을 위해 여전히 꿈꾼다. (꿈꾸기- 가장 자신있는 덕목)
너는 좋은 친구야.
あなたは良い友達です
Anata wa yoi tomodachide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