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Lee Jul 27. 2023

입도 안 벌리고 '몰라'

빛의 속도 '싫어'

런던 초등학교 동료 선생님에겐 십 대 아들이 둘 있었다. 이제 막 열 살이 된 둘째는, 어린 티가 더 많이 났지만 형을 따라 '어린이'가 아닌 척 폼을 많이 잡았다. 십대들의 상징같은 회색 후드티를 즐겨 입던 녀석들. 소파에서 오락을 하던 아이 둘은, 엄마가 퇴근을 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입도 벌리지 않고 'I don't know'를 성대만 울려 전달했다. 인토네이션이 있어 가능한 미니멀 소통이었다. 그녀가 심호흡의 대가가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에서 온 열한 살 조카 역시 사춘기보다 어린 티가 더 많이 난다. 혼자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혼자 해내는 일이 있는가 하면, 혼자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무언가 해보라는 말에 정말 빠르게 던지는 '싫어'라는 말은, 머리로는 '그래 싫구나'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품어지지가 않았다. 마치 얌체공처럼 얄밉게 제 맘대로 튀어가듯. 조카를 보면서, 아들이 오육 년 후 맞이할 십 대를 미리 경험하는 거 같았다. 심호흡하던 동료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래도 아직, 아기 때 모습이 남아있는 녀석.

사촌 동생과 투닥거리면서도,

결국, 생떼를 받아주고, 양보하고, 안아주고, 걱정하고, 목욕도 잘 시켜주는 녀석.

형제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기도 하다.


동생과 기꺼이 Bus Stop 게임을 하며, 다 알고 있는 수학 셈이지만 영어로 말해보려고 애써보는 조카.

있는 동안 더 열심히 잘 놀아보자. 아직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실컷 놀아보자.


Bus Stop

Get on/Get off


간단한 어휘와, 덧셈 뺄셈을 할 수 있는 보드게임.

연령이 아직 어리다면,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지는 방학,

보드 게임으로 주거니 받거니 추억을 남겨 보시는 것은 어떨는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계곡물에 발만 담가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