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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Aug 01. 2023

언어를 배우는 지름길

설레는 상대 찾아내기

오전 내내 끊임없이 투닥거리던 아들과 조카는 신랑이 물풍선을 만들어 주자, 이제 싸우지 않고 잘 놀겠다는 평화협정을 맺고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현관 맞은편에서 아들 또래 남자아이가 물총을 들고 누나와 함께 놀러 나왔다. 그쪽은 물풍선이, 이쪽은 물총에 관심이 갔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은 그렇게 자연스레 모여들어 함께 놀았다. 집에 와서 올여름 잘 쓰지 않았던 물총과 소방관 물통을 들고나가 서로 신나게 쏘아댄다.


물총이 없던 여자 아이는, 어깨로 매는 소방관 물통을 자기도 해봐도 될까 물었고, 열한 살 조카는 흔쾌히 내어주며 어깨에 둘러 주었다. 여자 아이는 돌아서자마자 조카에게 물호스를 쏘아대며 웃었다. 옷이 흠뻑 젖은 조카도 신이 났다. 제 물통을 넘겨주고 자기는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다니. 그럼 어떠랴. 흠뻑 젖은 아이 넷은 쫒고 쫓기며 정신이 없다. 아들은 이제 엄마는 집에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로또 자유시간이다.


그쪽 남매나 이쪽 사촌형제들도, 단 둘이서만은 만들어 내지 못했을 에너지였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한국말이 아직 서툰 조카가, 여자 아이에게 함께 놀아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아이는 자기에게 존댓말 쓰는 아이가 어떻게 느껴졌을까.


친구에겐, '고마워' 혹은 '즐거웠어'라고 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조카는 마트에 가는 내내 차에서 '고마워'란 말을 되뇌었다. 여자 사람 친구와의 물놀이가 꽤나 좋았나 보다.




"어떻게 하면 한국말을 잘할 수 있어요?"

"한국 여자 친구를 사귀면 돼요."


영국 신랑, 다섯 살 아들, 일본에서 온 조카.

이렇게 남자 셋이 둘러앉아 언어를 배우려고 애쓰는 와중에 나온 문장이다.

어떻게 한국말을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나온 답변에 반응을 하기도 전에, 세 남자는 한국 여자 친구를 사귀면 된다는 문장을 각자의 서툰 발음으로 따라 했다.


"항국 여자 칭우를 사구면 대여."


기도문이라도 외우듯, 진지하게 웅얼거리는 것이 귀여웠다. 조카에게 무슨 말인지 아느냐고 하니, 어깨를 으쓱인다. 아들 역시, 아무 생각 없어 보인다. 히라가나 글자 맞추는 놀이 다시 해달라고 조르기에 정신이 없다. 무슨 뜻인지 알 텐데 저토록 열심히 따라 하는 신랑의 속내는 무엇일꼬. 아무튼. 한국어, 일본어 영어가 섞인 대화가 오고 가며 킬킬거린다.


조카의 한국어는,

또래 친구를 찾아 물총놀이 몇 번 함께 하면 확실하게 향상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어요?"

"영어 쓰는 친구를 사귀면 돼요. 없으면, 혼자서라도 아웃풋 상상놀이 하면 되어요.

언제가 만날 멋진 누군가에게 건넬 말을 상상하며. "


그때까지, 설레는 마음을 키워요. 그래야 아웃풋이라도 한 번 더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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