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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ul 29. 2023

오늘, '마음의 온도'

몇 도였나요?

올해로 스무 살 청년이 되었을 소년 시인 정여민.

<언어의 온도> 이전에 이미 8,042:1의 경쟁을 뚫고 나온 '마음의 온도'가 있었으니.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많겠지만, 오늘에서야 그를 알게 되어 늦게나마 기록해 놓는다.


2015년 제23회 우체국 예금·보험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란 수필로,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정여민 군은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엄마의 정밀 검사를 위해 서울로 가면서도 마치 가족 나들이 가듯 떠났던 그들은, 엄마가 흉선암 3기라는 소식을 듣는다. 오진 가능성을 묻는 아빠에게 "선생님은 어떠한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표정을 보이셨다"고.

결국, "엄마의 건강을 위해 아빠는 직장까지 그만두시고 공기 좋은 산골로 이사를 가자고 하셨다."


우리가 이사한 곳은 애써 웃지 않아도 맑은 바람과 하늘도 웃게 하고 별빛이 부를 때 별똥별을 마중 나가는 산골이다. 이사할 무렵인 산골은 초겨울처럼 춥고 싸늘하게 여겨졌지만 그래도 산골 인심은 그 추위도 이긴다는 생각이 든다. 어스름한 저녁, 동네 할머니가 고구마 한 박스를 머리에 이고 오셔서 주시기도 하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베트남 아주머니가 봄에 말려 두었던 고사리라며 갖다 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에 함께 아파해 주셨다.
이곳 산골은 여섯 가구가 살고, 물건도 배송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사람 얼굴도 못 보겠구나 하고 생각할 무렵, 빨간색 오토바이를 탄 우체국 아저씨가 편지도 갖다 주시고 멀리서 할머니가 보낸 무거운 택배도 오토바이에 실어 갖다 주셨다.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감사해하셨는데 엄마가 암 환자를 얘기를 어디에서 들으셨는지 '꾸지뽕'이라는 열매를 차로 달여 마시라고 챙겨 주셨다.
나는 이곳에서 '우리 마음속 온도는 과연 몇 도쯤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너무 뜨거워서 다른 사람이 부담스러워하지도 않고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이 상처받지도 않는 온도는 '따듯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고, 말없이 전해질 수 있는 따뜻함이기에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 고구마를 주시던 할머니에게서도, 봄에 말려두었던 고사리를 주셨던 베트남 아주머니에게서도,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산골까지 오시는 우체국 아저씨에게서도 마음속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산골에서 전해지는 따뜻함 때문에 엄마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다시 예전처럼 가을을 좋아하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해 본다.


그의 책에 실린 또 다른 시. 열 세살 소년의 언어가 참 깊다.


 <별빛 꿈을 꾸며>


많은 사람들이 반달눈으로 앞을 보고 걸을 때

나는 일자 눈으로 그대로 가만히 서있었다.

집을 둘러싼 어둡고 슬픈 그림자.

엄마의 아픔은 나의 눈에 눈물의 커튼 자국을 남겨 두었고,

내 마음에 가시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가시들이 녹을 때쯤

매일매일 여행을 하듯 자연을 찾아 도시를 떠났다.

별들도 바람에 흔들리고
반딧불의 불빛에 별빛도 숨을 죽이는 이곳.

나는 별빛 꿈을 꾸며
가족의 손을 잡고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저 높은 밤하늘 별들에게도 들리도록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3MMAe9Yooo

그림도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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