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한 생존방식
매미 한 마리가 거실 방충망 쪽에 날아 붙어 울었던 적이 있다. 몸집의 크기도 컸지만, 녀석이 내는 소리는 난리를 방불케 하는 굉음이었다. 고작 한 마리가 내는 소리도 이럴진대, 수십억 마리가 모여 구애의 목소리를 높인다면 얼마나 시끄러울지 상상할 수 있을까. 실제로, 미국에서는 매미 떼 덕분에 음악회도 취소되었다는 예가 있다.
그래도, 한 여름 상징처럼 울려 퍼지던 매미 소리가 잦아드니, 여름이 아주 다 가기 전 매미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픈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 많은 참매미와 유자매미는 5년을 주기로 지상에 나온다. 우리나라 매미 유충에 비해 17년 매미가 땅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매우 길다. 놀라운 사실은 정확히 17년을 채운다는 사실이다. 빨리 자란 애벌레라도 절대 먼저 땅 위로 올라오는 법이 없다.
미국의 남부에는 13년을 주기로 성충이 되는 ‘13년 매미’와 7년을 주기로 하는 ‘7년 매미’도 있다.
5년, 7년, 13년, 17년의 주기를 보니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이들 숫자는 모두소수(素數)다. 여기서 소수란, ‘1과 자기 자신으로 나누어지는 수’를 뜻한다. 매미에게 14, 15, 16, 18 주기는 없다.
<매미는 왜 땅속에서 17년을 기다릴까> KISTI의 과학향기, 한겨레
매미가 땅속에서 오랜 시간 애벌레로 지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17년산 매미 이야기는 처음이다. 게다가, 수학쌤 김똑띠 작가님이 들으면 흥미로워할 사실도 있다. '1과 자기 자신으로 나누어지는 수', 즉 소수(素數)를 주기로만 등장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첫째, 매미를 보고 군침 흘리는 천적이 너무 많아서이다. 새는 물론, 거미, 거북이, 다람쥐 심지어 길 가던 개와 고양이, 하다못해 물고기까지 매미를 탐낸다고 하니... 그래서 매미의 선택은 ‘남겨진 자의 생존’이라는 방식이다. 먹어도 먹어도 수가 줄지 않는 방식. 인해전술이 아니라 매미해 전술이다. 긴 세월 기다리고 기다리다, 모든 매미가 세상밖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천적들이 매미를 먹다 먹다 지쳐서 그만 먹겠다고 도망갈 판이다.
둘째, 매미는 자신의 성장패턴을 천적과 달리해야 후손이 대대로 잘 살아남을 수 있음을 계산했다. 13년, 17년 같은 소수를 주기로 하면 천적과 마주칠 기회가 적어진다고 한다. 과학향기에 따르면, 매미의 주기가 5년이고 천적의 주기가 2년이면 천적과 만날 기회는 10년마다 오는 것이고, 매미의 주기가 17년이고 천적의 주기가 3년이라면 51년이 돼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미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다음은, 과학향기가 설명해 주는 매미의 사이클이다. 이 과정이 이해가 된다면, 뒤따라 오는 영어 설명도 소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산책을 하게 된다면... 아이들에게 매미 좀 아는 엄마 아빠가 될 기회다.
"여름에 세상 밖으로 쏟아지듯 나온 매미는 달콤한 사랑을 한 달 정도 나눈 뒤 생을 마감한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 적당한 나뭇가지를 하나 선택한 뒤 가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암컷이 그 속에 알을 낳으면, 몇 주일 지나 알은 애벌레로 부화한 뒤 먹이를 찾아 땅으로 내려와 땅속 40cm 정도에 구멍을 파고 자리를 잡는다. 그곳에서 나무뿌리의 액을 빨아먹으면서 오랫동안 애벌레로 지낸다."
photo from The Washington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