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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Aug 19. 2023

6개월 남았습니다.

헤드라이트 전구가 나가 정비소에 들렀다. 사장님은 전구 말고도 손 볼 곳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으로 치자면 도가니에 해당하는 서스펜션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으니 고치지 말고 쓰다가 바꾸라고 조언해 주었다. 타이어는 아직 괜찮은가 했더니, 타이어 바꿀 때쯤 차를 바꾸면 될 듯하다고 했다. 그게 언제쯤일까요.


"앞으로 한 6개월쯤?"


그 말을 듣고 차를 바라보니, 노쇠한 반려마가 힘겹게 버티고 있는 듯 보였다. 지난 오 년, 자동차와 함께 달린 장소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전에 없이 애틋한 마음이 솟아났다. 신랑은 운전이 험해서, 나는 운전이 서툴러서 여기저기 긁힌 곳이 많다.


오래 잘 쓰던 물건이 그렇듯, 묵묵히 제 몫을 다하면서도 어딘가 한구석에 물건 이상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 그래서일까, 머지않아 보내줘야 할 첫 차에게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요즘은 차에서 내릴 때마다, 오늘도 수고했다고 토닥여준다.


처음으로 혼자 운전해 보던 날,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역주행으로 시작을 했다. 차에 영혼이 있다면, 주인 잘 못 만난 것 같다며 기암을 했을 듯하다. 그래도, 새로 태어난 아기를 태우고 오던 날은, 덩달아 기쁘고 설레지 않았을까.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매일 조금씩 자라는 아이를 태우고 저도 신났을 거다.


주말을 맞아 일산에 있는 현대 모터스 스튜디오를 찾았다. 아들은 커다란 검은 차와 귀여운 파란색 차를 마음에 들어 했다. 광고만 볼 땐 무심히 지나쳤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수소차가 환경친화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다만, 가격을 보니 환경만 생각할 순 없는 일이라 일단 보류.


그래도 슬슬 차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 들어 올 식구는 누구로 할 것인가.

아들이 원하는 무지개 색은 아니겠지만,

우리 가족 안전하게 지켜줄 든든한 녀석으로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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