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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Aug 31. 2023

Once in a Blue Moon

Super Blue Moon

카톡으로 로그인하는 브런치스토리에 문제가 생겼다.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다고 나오더니, 그럴 리 없다며 꿋꿋이 재시도를 하자, 평소 못 보던 화면으로 넘어가면서 서비스 이용을 위해 정보를 입력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메일 주소를 넣으면 이미 있는 메일이라 다른 주소를 넣으라고 했다. 카카오톡으로 로그인하기인데, 왜 이렇게 돌고 도는가.


카카오 고객센터는 상담원과 말을 섞을 수 있는 통로가 없다. 모든 것이 톡으로만 이루어진다. 그나마, 같은 정보만 무한정 반복하는 챗봇이 아니라 상담사와 톡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28명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려 겨우 연결이 되었다. 연결된 김에, 전에 꼬여버린 카톡 계정과, 브런치 로그인의 문제를 설명했는데 톡을 쓰다가 의도치 않게 챗봇으로 상담하기가 눌려졌다. 상담사와의 상담이 끊기고 챗봇으로 넘어갔다. 다시 상담사와의 챗을 연결하니 내 앞으로 30명이 상담 중이라고 했다.


뭐 하나 할 때마다 본인 인증 열두 번 정도 반복해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별 문제 아닐 텐데 시간이 걸리는 이 사태에 슬슬, 스팀이 가동되려 했다.  


로그인하는 과정을 비디오로 찍어가면서 해결하려 한 시간 정도 씨름하던 중에, 신랑이 등장했다. 몇 번 투둑투둑 하더니 로그인을 성공시켰다.


WHAT!!!


황당한 나의 외침에, 정확한 이유는 본인도 잘 모르지만, 아마도 브라우저 에러가 났던 것 같다고 했다. 전원을 껐다 켜봤어도 해결이 되지 않아, 카톡 계정 문제라고 생각해서 안 물어봤었는데... 허탈했다.


어제 꺼내놓기 시작한 런던입성 이야기에서 바르셀로나 생존기로 넘어갈 생각으로 브런치를 열었다가, 생각지도 않은 문제로 흐름이 끊어지고 진도 빠지고 아이는 하원해서 정신을 쏙 빼놓고, 저녁은 먹고 있는데 힘은 더 들고. 오늘 하루 브런치를 슬쩍 넘어갈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카톡.


Super Blue Moon이 뜬다는 것을, 어제 초대된 문우회 단톡방 알림을 통해 알았다. 오늘 못 보면 14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신랑과 아들을 채근해서 산책을 나갔다. 신랑은 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관심 있을 줄 알았는데, 달이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시큰둥했다. 그냥 조금 더 큰 달 일 뿐이라고... 

blue Moonmisleading 이라면서도 따라나섰다.


달을 애타게 찾는 내게 신랑은, 달이 뜬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가 있는 곳에서는 볼 수 없다고 무심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 한낮에도 하얀 조각달로 떠 있는 게 달이더구먼. 그러나, 긴 산책로를 왕복했는데도 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졸려하는 아들, 달 보러 나가자고 데리고 나왔는데, 정작 달이 없어 아쉬워하니 낌새를 차리고 녀석이 묻는다.


아들: "문 닫았어?"

신랑: The Moon hasn't risen.

아들: (팔을 낮추며) Moon 닫았어? Moon Closed?


아들의 문이 door 인지 Moon 인지... 그러나 door 든 Moon 이든 말이 되는 이상한 대화를 이어가며 아들의 소원대로 놀이터로 향했다. 비록 달은 못 보았지만, 오랜만에 신랑과 아들은 열심히 잡기 놀이를 하며 깔깔거렸고, 미끄럼틀에서 신발을 벗어던지는 장난에 신이 난 아들모습에 만족을 하려던 찰나...


휘영청 밝은 달이 떡 하니 하늘에 박혀 있었다.  


매일 뜨는 달이지만, 오늘만은 조금 더 특별한 달 Super Blue Moon.

파란색은 아니어도 느낌이 색다른 Super Blue Moon.

Super Blue  수식어가 빠져도 개의치 않을 The Moon.

정화수 한 그릇은 집에 두고 왔지만, 마음속으로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자고 빌어본다.


여기저기서 달을 향해 카메라 줌을 당기는 모습들이 보인다. 80-90배로 당기니 계수나무 심긴 달의 모습이 더 선명히 잡혔다. 개인 폰 카메라로 이렇게까지 찍을 수 있다니, 새삼 신기하다.


Once in a Blue Moon 은 아주 드물게 라는 뜻이다. 오늘 브런치 로그인 사태처럼,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Once in a blue moon, I struggle to log into my Bunchstory blog.


알게 모르게 달의 기운을 받았는지, 신랑이 놀이터에서 쓰러질 때까지 뛰어 논 흔치 않은 날.

흔치 않은 일을 세 가지나 경험했던 흔치 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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