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는 연료 공급 중
어릴 적, 무언가를 하던 도중이라 선 채로 TV 만화를 보고 있었다.
말이 힘겹게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지는 장면이었다.
언제 왔는지, 엄마는 '저런'하더니,
함께 선 채로 영상을 봤던 기억이 난다.
결말은 희미하지만, 그때 엄마가 만화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는 것이 신선했고,
지금도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아이가 잠시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을 하곤 한다. 그러다 아이 옆에 앉아 유치원 가정 통신문이라도 보려 하면, 아이는 냉큼 무릎 위로 올라와 제가 보고 있는 영상을 같이 보라고 한다. 이미 여러 번 봐서, 다음 장면을 잘 알고 있는 아이는, 엄마가 재미있는 장면을 놓칠세라 고개도 못 돌리게 하고 엄마도 놀라는지, 웃는지, 역겨워하는지 반응을 살피며 리액션이 커진다.
아이가 영상을 볼 때, 가끔씩 곁에 앉아
추임새를 넣어주면 좋겠다.
캐릭터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거나
말썽을 일으킨 듯하면...
오.. 저런 - Oh dear!, Dear me.
정말 짧게 그냥 Oh! No 만으로도 시작은 충분하다.
엄마 아빠가 함께 반응을 하는 것은, 혼자 영상을 시청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관계를 만들어 낸다.
판소리에서 추임새는, 소리꾼의 흥을 불러일으켜
사기를 높이고 신명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가정에서 영어가 언어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거창한 기대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이 짧은 한 마디의 추임새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엄마 아빠가 넣어주는 추임새는
아이의 사기를 북돋아 준다.
'Oh. Wow!', 'Great!', 'Fantastic!', 'Amazing!'
언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공감하는 표정이라도 지어보자.
아이를 옆에서 지켜볼 때와,
함께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볼 때
보이는 것이 다르다.
아이와 같은 것을 바라봐주고, 눈을 마주치고
실컷 웃어봤으면 한다.
추임새를 많이 넣을 수 있는 스토리 공유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QzYcMPaGCH4
아이들의 시력저하로 영상 시청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많다. 책으로 읽고 사운드로 틀어주어 머릿속에 소리를 남겨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 분이 채 되지 않는 영상.
그러나 엄마 아빠가 추임새 잔뜩 넣어
신나게 보고 난 여운은,
아이가 혼자 볼 때라도 곁이 든든한 기억을 남긴다.
언젠가 아이는,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 관심 갖는 부모를
귀찮아하며, 혼자만의 공간을 찾게 된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오분만.
추임새의 힘을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