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나의 거울아

아이가 내게 온 이유

by J Lee

여름 방학이 곧 시작된다. 그래서일까, 마음이 덩달아 느슨해졌다. 일요일 저녁 늦게까지 아이와 영화를 보면서도 월요일 아침의 부담이 덜 느껴졌다. 잘 시간이긴 해도, 책을 한 권 더 보고 잤으면 해서, 도서관에서 새로 빌려온 책을 침대 위에 펼쳐 놓았다.


아이는, 액션 영상의 여운이 아직 남았는지 차분히 앉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아빠 엄마가 책을 보고 있으니 저도 주위를 맴돌며 이 책 저 책 펼쳐 보기는 했다. 그러다 아이가 가져와 보기 시작한 책은, <신비 아파트 귀신대백과>였다.


잠자기 전 귀신 책이라니. 귀신 이름들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나. 지금 이 시간. 굳이 졸린 눈 비벼가며 복습할 것까진 없는데... 그러나,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아이와의 감정 소모이지 않은가.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몰려온 졸음으로 침대 위 책을 정리하니 아이도 기다렸다는 듯, 베개 위로 푹 쓰러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이를 깨우려 커튼을 젖히니 침대 머리맡에 책 두 권이 눈에 들어왔다. 한 권은 내가 보던 책. 다른 한 권은 아이가 보던 책. 보던 곳을 펼쳐 놓은 채로 엎어 놓았는데, 아이는 저가 보던 책도 똑같이 펼쳐 나란히 엎어 놓은 게 아닌가. 그것도, 표지가 거꾸로 놓인 것까지 따라서. 졸린 눈으로 눕는 것을 분명 보았는데, 언제 저리 해놓은 것일까.


흔히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한다.

살면서 이렇게 와닿는 말이 또 있을까.


아이가 따라 하는 것이, 어디 펼쳐놓은 책뿐인가.


게다가 아이라는 거울은 부모를 비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다 생각되면, 그리하지 말라는 요구도 서슴없이 한다.


엄마 표정을... 말투를 조금 더 이쁘게 해 달라며...


신이 아이를 보낸 이유는

부모 된 자의 성장을 위해서란 생각이 들 정도다.


깨어 있으라. 깨어서 자신을 보라.

신발 한 짝, 양말 한 켤레 내가 어떻게 놓아두고 건사하는지.


내 손끝에서 자라는 건

아이와, 그 아이가 비추는 내 모습일지니.

그 모습을 정갈이 하고

소중히 보살피라고.


나란히 놓인 책을 가만히 보다가 사진을 찍어 두었다.


사랑한다.

나의 거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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