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학자가 알려주는.
어딘가에 적어 놓았는데, 그 ‘어딘가’를 잊어
기록해 놓은 정보를 찾지 못하곤 한다.
기억 탓인가. 메모의 배신인가.
기억력이 없어 기록하지 않으면 다 잊어버린다고,
날짜, 시간, 장소 만난 사람... 그 외에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적는 분이 계시다. 음식점에 가면 티슈에. 찢어진 봉투의 한 귀퉁이에. 끊임없이 메모를 한다. 고개도 들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메모 속에 빠져 산다. 수많은 메모수첩은 처음 두서너 장만 시작이 되어 있다. 쓰던 메모수첩에 대한 기억이 없어, 늘 새 기록장으로 바꿔 시작을 한다. 기록의 한 방편으로 사진도 있다. 끊임없이 찍는다. 무엇을 찍는 것인지 알 수도 없는, 다시 들여다 보지도 않는 사진들이 메모리 속에 저장된다. 버튼을 잘 못 눌렀는지 수백 장이 찍히는 셔터 소리.
오죽하면 어린아이가 이제 좀 그만 찍으라고 할 정도이다.
그 수많은 기록 속에...
그 수많은 기록들을...
메모는 생각이다
라고,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는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메모는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무조건 베끼거나 받아 적는 것도,
다시 보지 않을 생각으로 해 놓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들리는 데로 최선을 다해 적은 메모는,
오히려 상대의 진심을 놓칠 수 있고.
양이 많은 메모는 다시 읽으면서 해독의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한다.
교수님이 전하는 메시지,
“메모는 기억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서 한다."에
충실하려면,
메모는 내 안에서 소화가 된 내용이
‘핵심'만 기록되는 것이다.
메모는.
작성이 된 이후에도 관심과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즉, 이전의 메모를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명해진 기억을 토대로
생각을 키우는 것이다.
메모의 사전적 의미는 '기억해야 하는 내용을 적은 글'이다.
사람마다, 그 범위를 얼마나 정하는 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메모의 품격을 높이고자 한다면,
기록학자의 말에 한 번 귀 기울여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 수많은 기록 속에, '종친'과 '동창'과 함께 '직계 가족'도 담길 수 있었다면...
그 수많은 기록들을, '종친'과 '동창' 그리고 '직계 가족' 과도 나눌 수 있었다면...
그래서,
그의 기록에 관심을 가져 주는 '가족'이 있었다면
더 이상, 그 어떤 '종친'도 '동창'도 찾지 않는 그의
삶이...
관계가...
조금 더 품격 있게 바뀌었을까.
돌이킬 수 없는 시간
미련한 메모로 삶을 채우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