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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an 21. 2023

알사탕 보러 가던 날

유령정체를 배웠다.

일주일 전에 뮤지컬 알사탕을 예약했다.

음력으로 치면, 다시 한 해의 마지막 날,

아들에게 주는 문화 선물이었다.


새해엔 좋은 일이 생기려나.

세 번의 콜이 취소되고, 겨우 연결된 기사님은 너무나 멋졌다.


유모차를 실어 주시려고 차에서 내린 기사님은 처음이었다.

급한 마음에 접는 유모차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당황하자,

천천히 하시라고 말씀을 해 주신 기사님은 더더욱 처음이었다.

가는 내내 배가 아프다고 칭얼대다 잠든 아들을 쉽게 내릴 수 있게 도와주신 분도 처음이었다.


매너가 너무 좋으셔서, 기업에 임원으로 계시다 퇴직 후 이제 막 시작 하신 분인 줄 알았다.

IMF 이후, 평범한 직장인에서 택시를 시작하신 이후 지금까지 줄곧 운전을 하고 계신다 했다.

기사님의 번호를 저장해 두었다. 성함을 여쭙지 못해 일단 ‘Best Driver’로 남겨 두었다.

기사님 덕분에 평소에 궁금했던 병목현상, 유령정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유령정체(Phantom Traffic Jam).

현상은 있는데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해석이 '반응시간 지체(reaction time delay)'이론


고속도로에서처럼 흐름이 나쁘지 않아도 수시로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이 있는 경우에 이런 현상이 유발된다고 한다. 앞 차가 차선 변경을 할 때, 뒤 차가 1초 정도 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이 차의 뒤를 따르던 차량도 감속하게 된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반응하며 속도를 줄이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차가 거의 멈춰서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시 흐름이 원활해져 차들이 속도를 내면서 병목현상이 풀릴 때, 맨 뒤에 있던 운전자는 대체 앞에 아무 일도 없는데 왜 정체가 되었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로 최초 정체 시작 지점을 홀린 듯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알사탕 뮤지컬 공연장에는 백희나 작가님의 다른 많은 책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다른 작품도 옆 극장에서 공연하고 있었다. 2003년 매절 계약한 구름빵 저작권 소송, 현재 2심까지 한솔수북이 승소한 상태이다. 구름빵 이후 백희나 작가의 책은, 책 읽는 곰 출판사에서 발간이 되었다. "작가와 함께 늙어가며 책 만들고 싶다"라고 말한 임선희 대표님의 철학 때문일까, 왠지 멋진 책들이 나올 만한 곳이었구나 싶기도 하다.


한솔수북도 나름의 입장과 고충이 있을 것이다.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순순하게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면, 작업하는 책마다 히트를 친 작가와 저작권 법정 싸움까지 가는 방법밖에 없었을까, 이다. 만약, 백 작가의 모든 책이 곰 출판사가 아니라 한솔수북에서 발간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시간적으로 이미 이것이 가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순수한 가정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그때 왜 그랬을까... 혹시 누군가는 후회하고 있을까.


구름빵.

저작권 소송.

누구나 다 아는 백희나 작가 작품.

작품은 있는데 아직 명확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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