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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an 22. 2023

Happy Lunar New Year

음력설은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왜 그러세요.

새벽에 올라온, 최윤정 기자님의 소식. 연합뉴스 기사 중 일부를 조금 길지만 소개해 본다.


"영국박물관이 한국 설날 관련 행사를 홍보하면서 트위터 등에 'Korean Lunar New Year'(한국 음력설)이라고 적은 것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이 폭주에 가까울 정도로 공격에 나섰다. 영국박물관은 20일(현지시간) 저녁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전통 음악·무용 공연과 한국관 큐레이터 설명 등의 행사를 했다. 영국박물관이 잘 알려지지 않은 'Seollal'(설날)을 행사 제목에 넣고 온라인에서 홍보하며 본문에 'Korean Lunar new Year'(이하 한국 음력설)이라고 부연한 것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이 발끈했다. 트위터 등에는 'Chinese New Year'(이하 중국 설)이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한국이 중국 문화를 훔치는 걸 명성 높은 박물관이 돕고 있다거나, 앞으로 '메리 코리아 크리스마스'라고 하게 될 것이라는 등의 억지스러운 비난 글까지 관련 게시물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


음력설은, 우리나라 밖에서는 Chinese New Year로 통해왔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부르며 붉은 용을 장식하는 활동을 한다. 내심 불편했었다. 꿋꿋이 Chinese 대신 Lunar를 넣는 것이 맞다고 주장을 해도, 듣는 시늉만 해준다. 사실 그들은 Lunar 이든, Chineses 든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음력설은 중국뿐 아니라 동양의 다른 여러 나라가 세는 명절이라고 소개하는 교사가 있다면 감사한 일이었다.


보수적인 영국에서, Korean Lunar New Year라고 적어 설맞이 행사를 홍보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위상이 정말 높아진 듯하여 기분이 좋다. 믿거나 말거나, 영국생활 초기, 같이 공부하던 아이들이, 한국에서 왔다는 나를 신기해하며, 그 옷은 어디서 샀느냐는 질문도 받았었다. (아마도 미디어에서는 남한의 빠른 인터넷 속도보다 북한의 생활상을 더 많이 보여 주었나 보다.) 중국인 상점이 많은 지역을 지나갈 때면, 짖꿎은 사내아이들은 사탕을 던지거나 심하면 침을 뱉으면서 '니 하우 마'를 엉성하게 따라 하며 낄낄 거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표 아빠표 영어 같이 하자고 누구를 설득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아니란 생각.

왜, 책을 사지도 않을 독자를 상대로 글을 쓰고 있는가 묻고 또 물었을 때.

결국 하고 싶은 건,

우리 아이들의 영어 학습 혹은 습득 문화 자체가 변하는 것에 기여를 하고 싶은 것이었다.

왜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국민적 차원으로 그 뇌리 속에 ‘영어 잘 못하는 사람’이 되어 울렁거려야 하는 것인지.

이 문화가 바뀌는 것은, 단순히 혁신적인 앱이나 공부 방법으로 영어실력이 느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발음에 대한 대물림이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 것을 보면. 영어는 잘하게 되어도 그 뿌리는 여전하기에.


이십여 년이 넘은 엄마표 영어. 엄마가 들려주는 영어책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이젠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정신을 이어 가고 있다. 당장 영어가 자유로운 단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한 단계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겠지. 세대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의 영어가, 소통하는 언어로 편안해지길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에서 영어가 더 이상 대단한 외국어가 아닌 그날이 어서 왔으면 한다.


그래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음력설이 마치 자신들만의 고유한 전통인 듯 주장하는 것에.

격한 감정보다,

설득력 있는 언어의 힘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중국 친구들을 겪어 본 짧은 경험으로,

자신들이 대륙의 중심이라는 '대단한' 자부심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단히 완고하여, 그 의견을 굽히느니 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란 경험도 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으나... 홍콩이나 대만 문제를 섣불리 얘기하다가는 그 결말이 유쾌하진 않을 수 있음을 알고 시작하시길.


이런 그들과 감정으로 엉키면 답이 없지 않을까.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고.

신문사에서 일하는 영국인 친구에게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설명을 해 준 적이 있다.

우리의 억울한 감정에,

세상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정보를 뒤집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절차에 따라 증명해 나가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음력설은 중국인들만의 명절이 아님을 알려주면 된다.

다만, 현재로선...

중국인들 당사자를 상대로 맞서기보다는,

세계에 알려서 중국인들이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게 하는 전략으로.


이때.

부끄럽지 않은 정치가 받쳐주면 개개인의 말에도 더 큰 힘이 생긴다. (의외로? 그들은 타국의 정치 스캔들에 관심이 많다. 무능한 정치인들이 매스컴에 많이 오르내리면, 그들을 그 자리에 앉힌 국민들도 도매급으로 무시한다.)

증명할 수 있는 문서의 기록은 당연히 필요할 것이고.

내 식구를 챙기지만, 다른 나라의 어려움도 거둘 수 있는 (경제적) 능력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그리고,

상대의 폐부를 건드릴 수 있는 언어로.

확실하고 단호하게.


영국박물관은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비록 웹사이트 안내문에서는 Korean Lunar New Year 표현대신 음력설 기원에 관한 설명을 추가했지만, 현장 안내문에 'the Korean Lunar New Year Festival'이란 표현을 남겨 놨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응원한다.

Lunar New Year.

Happy Lunar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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