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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an 28. 2023

겨울아이, 난독증

공통점은?

선생님들로부터 '게으르고 멍청한' 아이 취급을 받던 학생.

SAT 언어영역 점수가 800점 만점 475점으로 하위 30퍼센트에 해당하던 학생.

졸업 학점이 모자라 남들보다 고등학교를 1년 더 다녀야 했던 학생.

이, 사회에서 대우받는 직업을 쉽사리 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떤 일을 아주 잘하려면
능력 이상으로 노력해야 한다


는 것을 배우고 실천한 사람이 있다.

바로, 존 어빙 John Irving.


'현재 미국 문학계에서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 <New York Times>으로 일컬어지며, 팔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소설들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이며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게으르고 멍청한' 학생으로 기억하던 선생님에겐 천지개벽할 소식이었으리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어떤 노력을 얼마나 하면 인생역전 대박을 터뜨릴까.


그에겐 난독증이 있다. 남들이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을 그는 몇 배로 시간을 들여야 겨우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작가로서 본인이 가장 잘하는 일은 고쳐쓰기라고 한다. 초고보다 훨씬 긴 시간, 소설과 각본의 초고를 퇴고한다고 한다. <Random House, Author Q&A> 아무리 천천히 쓰고, 몇 번을 고쳐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자신만의 소설 쓰기 몰입. 게다가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이 받쳐주는 지구력으로,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며 디테일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가 난독증이란 걸 선생님들이 알았다면,

적절한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었을까?

시스템은, 건강한 신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었다고 판단 내리곤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개인적 사정. 느리거나 게으르거나, 00 장애 등으로 치부하곤 한다.


3월생과 거의 9개월에서 10개월의 차이가 나는 12-1월생의 아이들은 어떨까. 물론 개인차가 있지만, 폭풍 성장기의 차이는 고려되지 않은 채, 같은 학년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동일한' 속도의 배움을 배정받는다. 3월생이면 학습에 문제가 없고, 겨울생이라고 해서 학습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아직 체구가 작을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는 개월 수의 차이는 무시된 채, 생일 달이 앞선 친구들보다 어딘가 뒤쳐지는 듯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연구자료가 뒷받침해주고 있다.


12월생 아이가 런던을 가면, 9월에 학기가 시작하는 시스템 속에서는 빠른 아이가 될 수도 있다. 난독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특수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스템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 물론 시스템이 완벽할 순 없다. 그러나 시스템의 문제를 인정한다고 해서, 개인이 겪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당장 줄어들지는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를 ‘모자란 사람‘ 으로 대접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존 어빙에게 레슬링 코치의 응원과 믿음이 없었다면 그는 졸업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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