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그램 Jul 16. 2018

계산하면서 다음 예약까지 마치는 가게_산방돼지395.2

광화문 산방돼지 변보영 매니저 인터뷰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가장 뜨거운 비즈니스 키워드는 '구독(멤버십)'이다. 전통적인 강자 코스트코부터 넷플릭스, 취향관 등 유료구독 모델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우고 성공하는 사례가 늘나면서 구독자를 모으는 일이 핵심 비즈니스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식업 분야에는 이러한 구독 모델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가 있는데, 바로 단골이다.

 단골은 경기가 휘청거려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지 않아도 사업을 지탱해주는 힘이다. 그중에서도 신생 브랜드인 <산방돼지>는 소비자를 넘어 팬을 만들고, 단골이 또 단골을 소개하며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독특한 분위기부터 눈길을 끄는 산방돼지 매장의 변보영 매니저를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안녕하세요. 이전에는 NGO에서 일하셨다고 들었는데, 산방돼지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NGO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일했어요. 당시에도 워낙 *월향 단골이었고, 음식맛 뿐만 아니라 브랜드 자체도 좋아했죠. 당시의 인연이 쭉 이어져서 월향의 신규 브랜드 산방돼지 395.2 매니저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월향: 일명 막걸리가 섹시해지는 가게. 제철재료로 만든 한식과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퓨전 한식 브랜드.


신생 브랜드인만큼 초기 홍보가 중요할텐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저희는 고기집이니까 고기 퀄리티로 승부해요. 보통 한 번 오신 손님들이 다른 모임장소를 산방돼지로 잡으니까 그렇게 처음 알게 되고, 또 다른 손님들을 모셔와요. 자연스러운 입소문 패턴이죠.


단골손님에서 단골을 모으는 입장이 됐는데, 주로 찾는 고객은 어떤 분들인가요

광화문에 위치해있다 보니까 직장인분들이 많이 찾아오는 편이에요. 근처 일본계 회사에 근무하는 분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오시죠. 오늘 오시고, 내일은 가족이랑 오고, 먹고 나가면서 다음주 예약 잡으시고. 


한 번 방문한 손님들이 모임 장소를 산방돼지로 정해서
새로운 손님들을 모셔와요




단골이 찾아와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다음 예약까지 잡는 방식은 가이세키 요리를 파는 일본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파인 다이닝이지만 자주 방문하며 가게와 유대를 맺고 있는 지역주민, 단골이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가게로서 맛은 물론이고 접객까지 훌륭한 레스토랑만이 전개할 수 있는 사업방식이다. 


물론 산방돼지는 갓 출범한 브랜드이고, 모든 고객이 이러한 패턴으로 예약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든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흘러가는 고객 100명보다 열렬한 팬 10명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팬은 그냥 운이 좋다고 생기지 않는다.  



돼지고기를 그렇게 자주 먹는 건 드문 일 같은데, 어떤 차별화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집중하는 건 사육환경이에요. 최근에는 품종을 알리는 곳이 많은데 '이베리코 돼지'하면 못 들어본 사람이 없을만큼 상향평준화 되고 있잖아요. 물론 품종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지만 제주돼지와 방목으로 길러낸 돼지는 대체불가능한 맛이 있어요. 저희 농장이 홍성에 있는데, 정말 다 풀어놓고 자연식으로 키우거든요. 농장 근처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풀이나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죠.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발주해서 주문량을 맞추는 게 아니라 알맞게 자랄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한 번에 1~2마리만 겨우 들여오는 경우도 있고요. 그마나 저희와 독점계약을 맺어서 받는 귀한 고기죠. 고객분들도 처음에 호기심으로 먹었다가 나중엔 한정수량인 걸 알고 먼저 찾으세요.



돼지고기를 직접 구워주시는 것도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데, 이유가 있으신가요

광화문에 있는 고기집이라면 회식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죠. 회식예약은 보통 막내 담당이잖아요. 그런데 막내들은 고기집에 오면 집게 굽기만 하다가 집에 가거든요. 저희는 직접 구워주니까, 막내분들의 만족도가 높아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고기를 좋아하세요

저는 특이하게 전지 부분을 좋아해요. 오히려 산방돼지에 합류하면서 오겹살을 좋아하게 됐어요. 저희는 흑돼지 전지만 사용하고 있어서 특별히 맛있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회식장소로 많이 찾을텐데 규모가 작은 편이라서 좀 신기했어요

산방돼지는 이제 시작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작은 단위로 실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것저것 해보면서 자리를 잡는 중인데, 일종의 lab실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 규모가 40석 정도인데, 물론 더 많이 모시지 못해서 안타까운 점은 있죠.


상차림을 칭찬하면서 '특별한 요리가 아니라 특별한 재료'라는 온라인 반응도 있었는데, 직접 먹어보니 확실히 재료에 신경을 쓰신 것 같았습니다

제철 재료를 많이 신경써요. 특히 이번에 여름 메뉴로 들어간 밀면같은 경우에 제가 관여를 많이 했어요. 재료 선정부터 감칠맛을 내는 것까지 주방과 공조해서 작업했죠. 


산방돼지는 일종의 lab실이에요



매니저로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손님들과의 소통이죠. 손님들은 뭔가가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는데, 필요하기 전에 갖다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요. 결국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는 편안한 상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과 농담도 나누고, 캐주얼하게 대화하면서 피드백을 얻거나 친근감을 쌓아요.


요즘은 고기 먹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특히 돼지고기는 지방이 많다는 인식 때문에 더 그렇고요. 적당량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먹을 때 맛있게 먹는 게 제일 중요하죠. 적당량을 조절해야겠지만 어차피 먹을 거 기분 좋게 먹는 게 좋잖아요? 그래도 돼지기름이 흐르면 경악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저희도 가급적이면 기름이 안 보이도록 해요.


많은 사람들이 외식업에 뛰어들지만, 실제로 외식업은 난이도가 상당한 업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좋은 브랜드로 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본질에 충실한 게 제일 중요해요. 예를 들어, 저희는 공간이 작으니까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초벌구이를 내놓을 수도 있겠죠.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훈연을 해서 드리면 질 나쁜 고기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생고기 상태를 확인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저희에겐 좋은 고기라는 자신이 있고, 그걸 손님들께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결국 회전율과 고기퀄리티를 보여주는 것 사이에서 후자를 택한 거죠.

 


신생 브랜드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점주님들이 세심한 서비스와 프리미엄 고기를 관리하도록 돕는 게 지금의 목표에요. 지역마다 상권이 다르잖아요. 가족 단위로 손님이 오는 곳과 회식으로 오는 가게는 서비스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권특성상 이곳에서는 고기를 굽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죠.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도 점주님들에게 도움이 될 거구요. 어떻게 하면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할까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광화문에 있는, 회식용 고기집이라고 하면 어떤 분위기인지 벌써 알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산방돼지는 가장 단순하고 중요한 부분을 건드린다. 이만큼의 가격을 지불할 만큼 좋은 품질의 고기를 제공하는 것. 모두가 알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어려운 방식이기에, 산방돼지는 마치 작은 스타트업처럼 움직인다.

스타트업에는 애자일agile이라는 성장방법론이 있다. 조그맣게 시작해서, 고객만족에 집착하고,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며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방식이다. 애자일의 가장 큰 미덕은 학습과 성장의 사이클이 빠르다는 것이다. 산방돼지는 40석 남짓한 가게에서 신규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스스로를 lab실이라고 부른다. 런칭한지 6개월 남짓한 브랜드에 완벽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산방돼지는 다음주에는 지금보다 더 나아져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글_진성훈

사진_진성훈

지원_(주)육그램 6gram.co.kr



[육그램 x 산방돼지]

산방돼지의 상차림은 식재료 하나하나 정성을 들인 티가 난다. 특별한 메뉴보다 특별한 재료로 인정받은 김치찌개, 장아찌, 쌈야채 등 고기와 잘 어우러지는 패키지 구성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다. 무더운 날씨에 외출은 귀찮고, 집에서 그럴듯한 한 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풍성한 식탁에 달짝지근한 막걸리까지 추가한다면 금상청화겠다.

 

산방돼지 한 상 패키지 확인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아산 사는 호랑이소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