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고기와 맞이하는 자세
Bucket list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
여러분은 올해 안에는 꼭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 ‘먹킷리스트’가 있나요? 저는 핸드폰 메모장에 먹고 싶은 음식들을 생각날 때마다 메모합니다. 그것들은 메뉴가 될 수도 있고 특정 식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관하지 않고 마구 적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먹킷리스트가 완성되는데, 정육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나서부터는 자연스럽게 고킷리스트(고기 버킷리스트)도 생겼어요. 이미 먹어본 고기들부터 앞으로 먹어보고 싶은 고기들이 두서없이 나열되어있습니다.
유난히 맛있게 먹었던 고기는 따로 표시해둡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담백한 맛보다 충분히 기름진 맛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드라이에이징의 묵직하고 독특한 치즈 향도 제 취향에는 맞았나 봅니다. 다음 달 월급이 들어오면 두툼하게 썰어 쫀득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채살을 꼭 먹어 볼 거예요.
여러분은 어떤 고기를 드셔 보고 싶으세요? 육그램은 여러분의 고기 취향이 궁금합니다. 지난 1월 초에는 특정 패널을 대상으로 2019년 고킷리스트 작성을 부탁드렸습니다. 강남의 평범한 직장인 열 분이 패널로 참여해주셨어요.
음식에 있어서 모험보다는 익숙함을 선호하시는 분, 숙성육보다 신선육을 선호하시는 분 그리고 하루에 1~2끼는 반드시 고기를 드신다는 진정한 육식주의자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고기에 얽혀있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사연을 듣는 것. 그럼 대표적인 세 분의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화려한 유럽고슴도치(女)
- 모든 고기는 옳다.
- 굳이 꼽자면? 티본스테이크!
개인적으로 티본스테이크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어요. 예전에 이탈리아에서 티본으로 유명한 식당에 간 적이 있는데, 한 커플이 커다란 티본을 2개 시켜서 각자 한 개씩 두고 먹는 거예요. 그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1인 1티본을? 했는데 먹어보니 이해가 되는 맛이었습니다.
저도 올해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연인과 함께 1인 1 티본스테이크를 먹어보고 싶어요.
똑똑한 검은꼬리사슴(女)
- 이베리코 뼈 등심, 티본스테이크,
제주 흑돼지 족발, 드라이에이징
TV 프로그램 수x미식회에서 드라이 에이징에 관한 내용을 흥미롭게 봤어요. 숙성에 대한 출연진들의 의견이 분분해서인지 그 맛이 더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드라이 에이징육이 고기 표면이 건조되면서 생기는 로스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그 비싼 고기, 저도 올해 안에는 먹어볼 수 있길..
현명한 솜털딱다구리(男)
- 이베리코, 티본스테이크, 오돌뼈
이베리코, 너무 맛있잖아요? 선릉역에 있는 xx이층집이라는 고깃집에서 이베리코 목살을 먹은 적이 있어요. 돼지고기인데도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식당에서 맛있게 먹고 난 이후로 이베리코는 저의 최애 고기가 되었어요. 참고로 저는 샐러드 싫어합니다. 하루에 적어도 1끼는 고기를 먹어줘야 해요. 조만간 퇴근하고 이베리코 목살 먹으러 선릉역에 또 갈 겁니다.
우리가 고기를 찾게 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화려한 유럽고슴도치처럼 화려한 곳에서의 특별한 추억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똑똑한 검은꼬리사슴처럼 우연히 접한 매체에서 우연히 얻은 정보 때문일 수도 있어요. 인생 고기를 발견한 솜털딱다구리는 현명하게도 계속해서 맛있는 인생 고기를 찾게 되는 것이죠. 그 외에도 생소한 비주얼의 고기 맛이 궁금할 수도 있고 자주 먹던 고기를 더욱더 자주 먹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고기 카테고리를 추가한 2019년 먹킷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별거 아닌 것 같은 짧은 메모가 모여 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들춰보면 뿌듯하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먹킷리스트는 하나씩 정복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글_김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