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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피디 Jan 12. 2021

내 성공이 공정하다는 착각을 하는 사회

타인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되는 경쟁사회


얼마 전 함께 녹화했던 김누리 교수는 능력주의가 공정하다는 건 착각이라고 했다. 김 교수와 강릉 날다 학교 지역 청소년이 MBC강원영동 <코로나와 미래 생명교육 >에서 함께 나눴던 얘기의 핵심을 정리해봤다.

한국은 기회를 박탈하는 사회일 뿐만 아니라,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사회다.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구조 때문에 생긴 불행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으며, 다시 또 개인을 착취하는 이상한 사회다.

자기 착취가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끔찍한 '자기 착취' 사회다. 옛날에는 노예 감독관이 밖에서 채찍을 휘두르며 착취했다면, 지금은 노예 감독관을 내 안에 심어놓고 스스로 알아서 착취하게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자기 착취가 가장 심한  피로사회다. 스스로 자신을 착취하는 경우에는 내면에 죄의식마저 생긴다.

'내가 잘못해서 안되는구나.' '내가 게을러서 실패하는 거지.' '내가 공부 안 해서 이렇게 된 거야.' '내가 더 노력해야 해'

이렇게 끊임없이 자기를 비난하고 착취하게 되면.. 햇살 좋은 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멋진 음악도 들으면서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 한 켠에선 이렇게 속삭인다.

'너 지금 뭐 하니?' '너 지금 이런 때야?''네가 이러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뭐라도 열심히 하고 있을 텐데, 이러고 있어도 되겠어?'
그러면 서서히 내가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닌가, 너무 뒤처지고 있지는 않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한 순간만 방심하면 친구의 수능 성적 행복이 나의 입시 불행이 돼버리는 경쟁사회, 답안지를 감추며 혼자만 정답을 맞혀야 살아남는 서바이벌 경쟁 , 승자독식만 존재하는 곳이다.
우리의 삶이 점점 더 지옥으로 변하는 데에는 서로 도와주고 챙겨주는  공동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고, 살아남기 위해 매일 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자본주의가 효율적인 체제임은 분명한데,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의 속성을 지녔다. 게다가 때로는 매우 효율적으로 잡아먹는 야수 자본주의다.

연대도 공감도 없는 약육강식 정글 자본주의 사회에서 좀 과장하자면 인간 사냥 영화 <헝거게임>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상대를 꼬꾸라뜨려야 생존하는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연대의식, 약자에 대한 배려, 협력정신은 너무 먼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능력주의, 성과주의 잣대로 어렵게 그 좁은 틈을 통과해 살아남은 나의 성공은 정말 나의 능력만으로 이뤄낸 "과연 공정한 것이었을까?"


먼 나라 마이클 샌들 교수도 얘기한다.
“자기가 누리는 것이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건..<공정하다는 착각> 이라고...”

출처: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김누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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