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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셋 Mar 30. 2019

'한 그릇'으로 때웠다기엔 억울한 밥상

세 아이, 432개월 남편까지 올 킬


월, 화, 수, 목, 금.

영유아 포함 5인 가족인 우리 집.


이번 주 5일 저녁을 내내 '한 그릇 음식'으로 준비했다. '간단하게 때웠다'라는 말이 얼핏 더 어울릴 것 같지만 그것은 '한 그릇 음식'에 대한 모욕이다. 이 중 정말 간단한 건 '간장계란밥'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잔치국수로 때우자고 아내한테 말했다가 국수 말고 욕을 먹고 집에서 쫓겨났다는 어느 남편의 썰이 생각난다.




'때운 것'이 아닌 정성스럽게 준비한, 정성은 있지만 멋진 플레이팅은 없는 5일간의 한 그릇 저녁상을 공개한다.




월요일의 된장찌개비빔밥


된장찌개 정도야 눈 감고도 끓이는 8년 차 주부지만(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가), 어찌 됐든 메인인 '찌개' 하나를 끓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찌개를 몇 숟갈 푹푹 떠서 따뜻한 밥 위에 놓고 '참기름'을 반 숟가락 넣어서 비벼보자. 이건 '비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참기름을 두른 것과 안 두른 것의 차이는 직접 먹어봐야 아는 것!





화요일의 참치크래미주먹밥


엄밀히 말하면 이건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이 아니라 만드는 것도 애들 먹이는 것도 손이 더 많이 간다. 한 마디로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


몸에 안 좋은 통조림 참치+크래미+마요네즈의 놀라운 삼박자 컬래버레이션은 맛 없을래야 맛없을 수가 없다. 참치 기름을 쪽 빼주고 크래미를 찬물에 한 번 헹궈주는 것은 애미의 마지막 남은 양심.


어린아이가 둘 이상이라면  한 명은 세모, 한 명은 동그라미 모양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주기보단 그냥 한 가지 모양으로 통일해서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자세한 이유는 따로 풀어내도록 하겠다.)





수요일의 장조림버터계란밥


이건 집에 장조림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 고수들만 한다는 '장조림'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하고 싶어도 못 한다.) 마침 엄마가 해주신 장조림이 냉장고에 있어서 '그나마' 간단하게 차릴 수 있었던 메뉴다.


일단 '버터' 한 숟가락이 푹 들어가면 웬만해선 음식이 맛 없어지기 힘들다. 계란 스크램블도 바짝 익힌 것보다는 약간 촉촉한 느낌으로 익혀주면 훨씬 부드럽게 비벼줄 수 있다.





목요일의 콩나물밥


동네마트에서 집어 온 콩나물 한 봉지로 콩나물밥을 했다. 콩나물 무침이 더 쉬워 보이지만 이상하게 나는 나물무침 맛 내기가 어렵더라. 분명 친정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데 늘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이유는 뭘까... 그래서 결정한 콩나물밥.


콩나물을 씻어서 삶고 그 물로 다시 밥 물을 맞추고. 어렵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수고가 들어간다. 달래장까지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지만, 달래 다듬기가 귀찮으니(넌 귀찮은 것도 많다- 친정엄마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온다.) 파만 다져 넣어도 좋을 것 같다. 김가루는 필수!





금요일의 간장계란밥


나는 들깨향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계란후라이는 꼭 들기름에 하게 된다. 나중에 참기름을 둘러주는 것과는 별개로!


냉장고에 먹다 남은 상추가 있다면 아무렇게나 뜯어 넣고, 캔참치 조금이랑 (어른들은)고추장을 한 스푼을 추가하면 이게 또 별미다.


매운 걸 못 먹는 아이들은 잘게 다져 씻어서라도 주고싶을 만큼 '김치'와 죽이 잘 맞는, 그나마 간단하게 먹일 수 있는 한 그릇이다.






아, 남편도 예외는 없다. '한 그릇 음식=온 식구 음식'이어야 끼니로서의 의미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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