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첫째가 먹을 주먹밥! 삼각김밥을 따라 해 보겠다고 야심 차게 세모 모양으로 만들었다. 삼각김밥 틀이 없어 모양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색다른 기분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앗! 생각과 달랐다. 세모는 만들기 힘들기만 하고 먹기도 불편해 보였다. 별로였다. 두번째로 만든 둘째 거는 평범하게 동그란 주먹밥으로 만들었다. 그걸 본 첫째가 세모를 잘 먹다가 말한다.
"나도 쟤처럼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줘."
(그냥 먹으면 안 되겠니...)
다음은 자기 밥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우리 막내 거 만들 차례. 귀찮긴 하지만 아직 아기니까 쏙쏙 들어가는 한입 크기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일일이 조물조물 뭉쳐서 아기 식탁에 대령했다. 그걸 본 둘째가 동그라미 주먹밥을 신나게 먹고 있다가 말한다.
"나도 쟤처럼 애기 모양으로 만들어 줘."
(뭐라고...?)
그때, 세모도 동그라미도 다 챙겨 먹은 첫째가 옆에서 또 말한다.
"그럼 나도 애기 모양으로 몇 개 더 만들어줘."
(너네 뭐 하냐...)
먹겠다는데 안 줄 수도 없고! 힘들게 세 명 다 해먹이고 나는 비닐장갑도 못 벗은 채로 대충 꾸깃꾸깃 작은 주먹밥 하나 만들어서 한 입 베어 물었다. 이번엔 막내 니 차례냐. 잘 놀다가 갑자기 나한테 오더니 우엥우엥 징징거린다. 애미 니가 먹는 것을 내놓아라 이거다. 조금 뜯어줬다. 또 온다. 또 뜯어줬다. 절반 넘게 뜯어줬다. 엄마도 좀 먹자며 마지막 남은 한 입을 들고 내 입으로 넣으려던 찰나, 옆에 있던 첫째가 세상 불쌍하게 읊조린다.
"애기는 좋겠다... 엄마가 더 뜯어줘서..."
니가 그렇게 식욕이 좋은 애였는지 몰랐다. 한 입 남은 거 내 입으로 털어 넣었다가는 오늘 밤 체할 각이다. 옛다 너네 다 먹어라, 두 번 먹어라, 그렇게 다 내어 줬다는 신나는 저녁밥상 이야기!
매사가 이런 식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 패턴이다!! 뭐 하나 하면 여기저기 속출하는 '나도' 타령. '
"형아는 하는데 왜 나는 안 돼?"
"아기(17개월)는 되는데 왜 나는 안 돼?"
오 마이 갓!
언제 한 번은 첫째가 아기용 부스터에 힘겹게 앉으면서 말했다. 쟤(둘째)는 막내 부스터에 세 번 앉아 봤는데 자기는 거기 두 번 앉아 봤기 때문에 오늘 기필코 한 번 더 앉아서 밥 먹어야 된다고!! 그것이 부스터 의자 건 어른 식탁의자 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누가 몇 번을 했냐만 중요하다. 결국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고 뒤따르는 건 '울음' 내지는 '싸움'이다.
두 번 해줘야 하고 똑같이 해줘야 하는 '육체'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물론 나도 업어줘, 나도 비행기 태워줘 할 때는 육체가 힘들기도 하다) 그 시끄러운 과정을 지나면서 '정신'이 피폐해진다.이것이 바로 아이 둘 이상을 키우기 힘든 논리적 이유다!
덧) 그렇지만 정작 첫째 하나 키울 때 역대 최고 우울했다는 아이러니.외동 육아와 셋 육아의 무게 측정은 묘하게 어렵고 무의미하다고 감히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