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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셋 Apr 26. 2019

#9. 아이의 거짓말에 대처하는 자세

나는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feat.서천석)



여덟 살 아이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거짓말은, 다섯살짜리가 동생 때리는 거 내가 분명 봤는데 물어보니 안 때렸다고 하는 거랑은 약간 차원이 다르다. 귀엽지도 않고, 모르는 척 해주고 싶지도 않고,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


발단은 태권도장에서 칭찬스티커 처럼 나눠주는 '포인트' 였다. 애초부터 이 망할 포인트 제도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결국 이부작용이 난 거다.(발단일 뿐이지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아이는 포인트의 출처를 엄마 아빠한테 아주 당당하게 속였다. 사범님이 줬다, 친구가 줬다, 집에서 아침에 가져간 거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난 믿을 뻔 했다.(아빠 덕에 발견) 결국 어느 것 하나도 사실이 아니었고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첫날은 잘 마무리 지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심하게 혼내지 않았고 아이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 처럼 보였다. 다 풀고 함께 딱지를 사러 가면서 즐겁게 대화 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아이는 나를 또 속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다(절반만). 그걸 알리 없는 아이는 뻔뻔하게 나를 농락했다. 듣고 있는데 나름 일리 있는 말들이 나온다. 그렇게 나는 나머지 절반을 또 속을 뻔했다. 결국 횡설수설 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이전보다 더 큰 분노를 느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또 속을 뻔 해서 였을까, 잘 얘기한지 하루만에 일어난 일어어서 였을까, 거짓말이 습관이 될까 두려워서 였을까. 길거리에 아이를 세워놓고 무섭게 노려보며 따박따박 몰아붙였다.



사실 그날 오전 나는 서천석 선생님의 오디오강의를 굳이 찾아서 들었었다. '아이의 거짓말'에 관한 내용이었다. 8세의 이런 행동에 대해 미처 고민해보지 못한 것 같아 뭐라도 좀 알아보고 싶었다. 들으면서 끄덕끄덕 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 들어서인지, 이미 전날의 사건이 끝나고 마음이 좀 진정된 상태여서 그랬는지 100은 아니어도 대체로 수긍했다. 이론과 실전은 이래서 다르다고 했나. 그렇게 듣고나서 오후에 아이의 거짓말을 또 접한 나는 무너진 거다.





그 와중에 둘째와의 약속을 지키러 놀이터는 꼭 가야했다. 나는 기분이 쉽게 풀리지 않는데 저 아이는 얘기 끝나고 놀이터 갔다고 또 신나게 놀더라. 억울했다. 왜 꼭 쓰레기같은 잔여감정은 다 내 몫인지. 잔뜩 화가 난 채로 어떻게 놀다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따 대화하려면(대화라 쓰고 혼낸다고 읽음) 남편도 강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퇴근하고 30분동안 들을 시간은 없을 것 같아서 애들 ebs 보는 동안 저녁준비 안 하고 얼추 받아적었다. 이거라도 대충 읽어보라고. 분노의 타자질이었다.(듣다가 '그게 되냐!!' 투덜댄 적도 좀 있었다.



받아 적은 내용을 여기에 다 쓸 수는 없지만, 대충 기억나는 것을 말하자면 이렇다.


아이의 거짓말에 너무 과하게 대응하지 마라. 무섭게 혼내면 고쳐질 거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게 아니다.

평소의 부모 태도를 돌아봐라. 자기가 좀 잘못한 걸 사실대로 말했을 때 엄마 아빠가 어떤 말투, 어떤 표정, 어떤 목소리로 아이를 대했는지 생각해 봐라. 그 무서운 표정을 아이는 피하고 싶다. 그래서 거짓말을 한다. 사실을 말 해도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을 경험해야 거짓말을 줄일 수 있다.

거짓말 했을 때 강압적으로 혼낼 수록 거짓말은 정교해지고 늘어날 수 있다. 엄마 아빠 앞에선 안 하더라도 다른 사회에서 더 할 수 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거짓말은 금방 없어지지 않는다. 중간중간 실수 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거짓말 할 기회를 되도록 주지말자.

무슨 일이 있어도 '넌 거짓말쟁이야.' 라는 말은 하지말자. 아이는 자기 정체성을 그렇게 규정하고 거짓말을 굳이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낙인 찍지 말자.

거짓말을 안 하는 아이로 만들려고 하지말고, '정직'이 중요한 가치임을 알려주는 교육을 해야한다.




분명 도움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늘 그렇듯 실전 적용은 참... 보살이 되어야 하는 건가. 어렵다.



덧) 물론 나도 어렸을 때 눈높이 수학을 한 장 한 장 찢어서 침대 뒤로 꾸준히 버렸었다. 나중에 가구 옮길 때 침대 뒤에서 책 한 권 만들 양의 눈높이가 나왔었지... 거짓말 좀 했다고 애가 어떻게 되진 않을텐데 참 중간 어렵네 또!!






서울대 나온 동네언니도 모르는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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