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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셋 Jun 21. 2019

때로는 '옳은 소리'보다 '사랑'이다

엄마는 니가 항상 자랑스러워


"엄마 오늘 도장에서 줄넘기대회 했는데 나 1등 했어!!"

"진짜? 아니 엄마도 어제 연습할 때 보고 깜짝 놀랐잖아. 니가 10개 넘게 하길래! 1등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연습 열심히 하니까 되네! 축하해. 선물도 있었어?"

"응. 바닐라맛 칸초였는데 거기서 다 먹고 왔어."

"잘했네. 방에 할머니 계신데 할머니한테도 자랑하지 왜."

"아니야. 안 할래."



할머니한테 안 가던 아이를 봤을 때 느낀 엄마의 '촉'은 틀리지 않았다. 아이는 줄넘기 대회에서 1등 한 것이 아니었다. 4등을 했고, '바닐라맛 칸초'는 다른 1등 2등 아이들 손에 보란 듯이 들려있었다.
(이 와중에 일반 칸초가 아닌 '바닐라맛 칸초'라고 정확히 알아온 거 너무 짠내났다)


나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았다. 분명 거짓말이었지만 엄마아빠의 칭찬이 고팠을 아이를 굳이 괴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기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책을 한 권 읽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잘 자라는 말을 평소보다 길게 해 주었다.

"엄마는 니가 1등 안 하고 10등 100등 꼴등 해도 언제나 엄마한테 재잘재잘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 엄마는 니가 항상 자랑스러워. 잘 자."






때로는 '옳은 소리'보다 '사랑'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는 것 같다. 평소에 내가 칭찬을 많이 안 해줬나, 인정을 많이 안 해줬나, 둘째만 칭찬해줬나 하는 죄책감 역시 (맞는 말일지라도)안 갖기로 했다.

칭찬 하나도 어렵다. 이렇게 칭찬해라 저렇게 칭찬해라 칭찬과 인정의 방법에도 참 여러 가지가 있던데,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때 그때마다 적용이 잘 안 된다. 언제부턴가 아이에 관한 모든 문제에 '옳은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다.(물론 부모 마음이 다 그렇기도 하고, 옳은 방법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렇게 하면 1등에만 집착하는 아이가 되지는 않을까, 저렇게 하면 엄마한테 실망하고 자신감 없는 아이로 자라진 않을까 하며 이리 재고 저리 재본다. 아이는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자라지 않을 텐데!




니 손에 들린 마이쮸도 소중해



다음에 또 같은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그땐 내가 사진을 한 장 한 장 다 받아본단 걸 넌지시 알려줘야 할까? ㅎㅎ



'엄마는 니가 항상 자랑스러워. 잘 자.'


첫째에게 '니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면 아이가 부담을 갖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 육아서가 생각난다.

아 쫌 제발 그냥 내버려둬라 좀 살자. 응?
마음 가는 대로 좀 살자, 응????


어젯밤 아이에게 해준 이 사랑으로 포장된(?) 말을 아이가 커가는 내내 끌고 가고 싶다. 고작 초등학교 1학년의 줄넘기 앞이라 이렇게 속 편한 소리가 나오는 걸까? 고학년, 중학생, 고등학생, 고3, 그 이상 언제까지고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솔직히 확신은 안 서지만, 언제고 오늘의 마음을 떠올릴 수 있도록 써 놓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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