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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셋 Oct 16. 2019

아이를 낳아서 좋은 점

출산장려 용인가, 정신승리 용인가


아이를 낳아서 좋은 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지극히 주관적)

1.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온전히 이해했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육아의 군데군데 엄마를 만나는 순간이 참 많다. 아이가 밥을 안 먹을 때,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아이가 친구에게 놀림을 받고 들어왔을 때도, 그때의 엄마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이야깃거리를 잔뜩 제공해준다. 특히, 나처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글감'의 8할이 출산과 육아에서 온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갈수록 이야깃거리가 더 많아질 것 같은데 이거 고마워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3. 아이가 없었다면 가까워지지 않았을 좋은 사람들과 많이 친해졌다. 결혼 전엔 그다지 안 친한 사이였다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어린이집이나 어떤 모임에서 재회하여(?) 이전보다 더 각별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제로 집 언니와의 인연은..매일 봐도 참 고맙다.(언니, 보고있어?)


4. 어디서도 해 볼 수 없는 '극강의 사랑'을 경험한다. 그것은 부모를, 친구를, 남편을 사랑하는 것과는 다르다. 단순한 모성애도 아니다. 출산과 동시에 모성애가 생기는 게 아니란 걸 나는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사랑의 원천은 무엇일까?


5. 손주를 보고 엄마 아빠가 기뻐한다. 내 자식 내가 낳은 것이지만 뭐 어쨌든 효도를 한 느낌이다.(여전히 '아이고, 시부모님이 얼마나 좋아하시겠어. 아들 손주를 셋 씩이나 낳아주었으니.' 이 말은 정말 싫다. 어디에 누굴 위해 낳아줬다는 거지?)

6. 사고의 확장이 일어난다. 각종 놀이터 사건이나(다른 아이들과의 마찰 등), 아이에 관한 다양한 일들을(상담, 생일파티, 일상의 대화 등)겪으면서 아이가 없었다면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어떤 정신과 의사는, '고민'의 가치를 낮게 측정하던데. 어떤 맥락인지는 알겠다. 고민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말이다. 한 번쯤 해볼 법한 괜찮은 고민도 많은 것 같다.






7. 치과 치료를 받을 때 자기 최면을 걸 수 있다. 나는 무통주사 없이 애도 낳았어, 나는 치과치료 따윈 두렵지 않아!!! 이런 거...





사실 이건 얼마 전 한참 우울할 때, 아이 낳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굳이 써 본 멘탈붙잡기용(정신승리용) 글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일곱 개밖에 안 나와서 손가락이 좀 민망해졌다. 이러면 정신승리 하기에도 좀 부족하지 않나. 심지어 7번은 뭐야. 억지로 쥐어짜 도 유분수지!!(하지만 정말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도움을 좀 받고자 옆에서 치킨을 뜯고 있던 남편한테, 오빠는 아이를 낳아서 좋은 점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는데, '어...... 행복?'이라고 답했다.


어...어... 그래. 맞는 말이긴 한데 8번으론 못 껴주겠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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