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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셋 Oct 21. 2019

글을 쓰다가 현타가 왔다

부럽다, 글 잘 쓰는 일반인!


누군가 나한테 말했다. 요즘은 일반인들이 책을 참 많이 내는 추세인데, 그중에는 누가 읽어도 별로인 글이 더러 있다고, 그런데도 다들 책을 쓴다고.


공감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그 친구보다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적으니 그럴 수도 있는데 나는 그런 별로인 글과 책을 아직 못 찾았다. 나만 못 봤나? 서점에서 신간 에세이 몇 권들춰봐도 세상에 글 못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최근에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글을 골라 읽는 재미에 빠졌는데 여기에는 사람을 쏙쏙 끌어당기는, '라이킷'을 안 누르고는 못 베기는 그런 글들이 사방 천지에 널려있다. 그런 글들을 읽을 때 느끼는 기분은, (한 때 유행했던)일반인들이 나오는 음악 예능을 보면서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저 사람들 다 가수 안 하고 뭐 하나.' 궁금해했던 그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심지어, 글쓰기 실력만으로도 충분한데 '그림'까지 덤으로 잘 그리는 사람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자기가 글을 쓰고 거기에 맞는 ' 컷 만화'까지 그려낸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고, 많이 쓸수록 늘고 쓰면서 근육이 붙는 거라고 많은 작가들 말하고 나 역시 그렇게 믿지만, 이 정도면 타고난 감각이나 유전적 능력(?)이 8할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기어 나오기도 한다. 사실 매일 써보는 훈련도 제대로 봤으면서 이런 타령이나 하고 앉았으니 '합리적'인 건 아닐 수도 있겠다...






나도 술술 잘 읽히는 글, 누군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생각하게 하거나 '뭐라도' 주는 좋은 글을 써보고 싶다. 기왕이면 많이 써서 모아 두고 공유하고 응원받고 싶은데, 능력자들의 글을 자꾸 읽다 보니 기가 죽는다.


'너처럼 게으른 사람이?

감만 메모해놓고 매일매일 쓰는 것도 벅차 하는 사람이?

죽기 전에 남들이 돈 내고 사서 읽는 책이나 한 번 써볼 수 있겠냐!'


'현타'가 오는 것이다.

달 전에는 김달님 작가의 '나의 두 사람'을 읽고 자괴감이 들었다. 이 사람은 정녕 '그냥 회사원'이 맞는 건가! 남의 지난 시절 이야기, 남의 조부모 이야기가 뭐 이렇게 마음에 콕콕 박힐 일인가 싶으면서 필사를 하는 나를 발견했다. 어디 이 작가뿐이랴. 브런치나 다른 플랫폼에서 여러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평범한 직장인이라니, 이 사람이 평범한 주부라니, 엄마라니.' 감탄한 적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훌륭하고 의미 있는 글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는 출판의 문턱에 발이나 걸쳐볼 수 있을까!



노트북에 먼지는 앉지 않도록



조회 수가 많아도 아무 반응 하나 없는 내 글을 볼 때면, 진 글을 동경하며 사람들의 관심 공감을 받는 글은 대체 어떻게 쓰는 걸까 고민한다. '육아 이야기' 안에서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시선을 끌만한 주제와 제목으로 글을 써야 할까, 그게 아니더라도 '기록'에 의미를 두고 부지런히 내 이야기를 남겨야 할까, 그럼 그건 그냥 종이 일기장에 쓰면 되는 거 아닌가- 하며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부끄럽지만) 언젠가는 명함처럼 내밀 수 있는 내 육아 이야기 책을 써보겠다며 혼자 책 제목도 구상해보곤 하지만 금세 또 현실을 자각하고 만다. 그 책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가, 타깃은 누구인가 말해보라고 하면 '뭐지... 글쎄... 알겠는데 모르겠어...'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사실, 브치에서 열리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앞두고, (8000대 1의 경쟁률을 못 뚫는다는 건 당연하지만) 정리도 할 겸 일단 브런치북을 만들어나 보자며 작업을 하는데 역시나 프롤로그 쓰는 것부터 어려웠다. 그 500자를 채우기도 전에 나는 다시 한번 숙연해졌다!!


'아무 글이나 한 데 모아서 엮는다고

그게 다 책이냐!'


아이들과 기싸움을 할 때나 긴급할 때 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내 무의식이 또 스스로에게 저렇게 따지는 바람에 '아, 몰라' 하며 노트북을 덮다.






직장인이건 아이 키우는 엄마 '매일 쓰기'라는 미션에 공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일하면서 부모의 병간호까지 하며 그 이야기를 글로 적는 사람들도 있던데 말해 무엇하랴. 어떤 작가는 필력보다는 메시지라고, 어떤 편집자는 특별한 것보다 사는 이야기에 눈이 간다고 말하던데. 염두에 둔다고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초보 작가다.(전업작가도 출간작가도 아니지만 브런치가 작가라고 해줬으니 그런 걸로 치고.)



'마성의 B급 육아' 글은 아니지만 글쓰기의 이 현타 감정을 꼭 기록해두고 싶어서 이 밤에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다. 가만있어보자, 육아 관련 글이 아닌데 이걸 '마성의 육아' 매거진에 넣어도 되려나. 지웠던 '마성의 일상' 폴더를 살려야 할까. 또 별 중요하지 않은 형식 고민 해본다. 애꿎은 악성곱슬 머리카락만 왼손으로 빙빙 돌려 뽑고 있는 지금,  일기는 내일 부끄러워질 수도 있으니(무슨 글이 안 그렇겠냐만) 서랍에 저장해 뒀다가 내일 낮에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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