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머니가, 본인의 일곱살 난 손녀가 우리 첫째한테 '오빠'라고 부르는 걸 봤단다. 근데 자기가 보니까 우리 아이 키가 그 손녀딸 키보다 훨씬 작은 거지. 아이와 같이 서있는 나한테 묻는다.
"얘가 몇살이여?"
"여덟살이요."
"여덟 살? 오빠 맞네. 우리 솔이보다 한참 작아서 친군가 동생인가 했지."
일면식도 없는 한 아저씨는, 세아이들을 빤히 쳐다보더니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며 말한다.
"얘 여섯살.얘 네 살. 얘는 세 살?"
"아뇨. 여덟살, 다섯살, 세 살이요."
친절하게 정정해 줄 필요는 없었지만, 아이들이 보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그의 틀린 추측을 바로 잡았다. 내 말을 들은 그는 둘째를 향해 한 마디 덧붙였다.
"야,너 많이 먹고 빨리 커야겠다. 동생이 너보다 더크겠다야."
내 아이에게 무례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나쁜 할머니,나쁜 아저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저 말들에 악의가 없다는 것도 안다.그저 자기들 눈에 보인대로 말했을뿐. 그런데 아니다.그게 악의 아닌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그 자체.
그 무례한 태도를 악의가없다는 말로 변호해주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이 없을 때 나한테 말하는 거야 뭐, 기분 나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맞아요 저도 애들이 제 나이로 안 보여 걱정이에요' 하며 수다를 떨어도 떨 수 있다. 아이들이 뻔히 눈 앞에 있는 곳에서 그런 말을 듣는 건 얘기가 다르다. 안 그래도 1학년이 된 후 부쩍 덩치와 키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자긴 왜 이렇게 작냐고 묻는 첫째. 막내동생 보다 무엇이든 앞서고 잘하고 싶어 하는 둘째. 이런 아이들을 향한 배려 없는 말에 내가 불쾌해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언젠가 우리 세 아들을 내려다보면서 첫째 아이한테 '니가 딸로 태어났어야 했는데...'라고 말한 아저씨가 있었다. 눈 앞에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내 아이. 그걸 생각하니 키와 나이 이야기쯤이야 양반에 그쳐버리는구나.
배려 없는 사람들
무례한 사람들
아이는 모를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
저들을 틀렸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라고 다를까. 나도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던 적이 분명 알게 모르게 있었을 텐데. 혹여 마음에 걸릴 땐 악의로 한 말은 아니었다며 스스로를 변호하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