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 반만 되면 온 동네 놀이터는 그네 전쟁이다. 이건 뭐 롯데월드 후룸라이드도 아니고 개수는 적고 탈 사람은 많고!!! 그네의 세계는 아주 묘하다. 차례가 돼서 탔을 뿐인데 희한하게 옆에 대기자가 있으면 몇 분 타지도 않았는데 부담이 밀려온다. 대기자는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붐비는 푸드코트에서 밥 먹고 있는데 자리 찾아 헤매는 사람이 내 테이블 근처에 딱 서서 밥그릇 힐끗힐끗 보며 기다릴 때의 느낌이랄까!! 나만 그런 건 아닌지, 어제도 애들이랑 줄을 서고 있는데 그네 밀던 엄마가 "친구 왔네~~ 이제 내려야 돼 오구오구 다음에 또 타자 오구오구 착하지~~" 하고 아이를 달랬다. 어어... 안 그러셔도 되는데...라고 우물쭈물 말하지만 그네의 빠른 순환을 위해 어느새 비어버린 그네에 내 아이를 태운다!! 그리고 다음 대기자들 들으라는 듯이 크게 외친다. "세 번만 더 세게 밀고~~ 멈추면 집에 갈꼬야~~ 더는 안!! 돼!!" 그 순간... 내 뒤에 줄 서있던 한 아이가 찡찡거리기 시작했고 그 엄마는 아이를 타일렀다. "니가 이렇게 재촉하면 친구가 제대로 못 타잖아!! 이제 세 번 남았대잖아 기다려!!" 이것은 가시방석인가 그네인가....
하루는 많아야 일곱 살 정도일 아이들이 주구장창 그네를 타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려올 생각을 안 하는 아이들. 바이킹(한 명은 앉고 한 명은 서서 타는 놀이터그네 전통 기법)도 타고 각자 한 번씩도 실컷 타고 나도 기다릴 만큼 기다렸는데!! 이럴 때 적당히 끊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거늘 세 살도 아니고 매번 못 붙어 있으니 내가 끊어야겠다 하는 찰나, 한 명이 내린다. 그때!! 옆에 타고 있던 아이가 빈 그네에 손을 뻗더니 줄을 잡네?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쩌~~~쪽에 있는 친구를 부른다. "야 빨리 와~' 얘. 아줌마가 승질이 곱지 못해... 아니고 야 아줌마 더워 죽겠어... 아니고!! 정신을 가다듬고 내 새끼가 어디서 또 저럴지 모르니 최대한 자상하게 마음에도 없는 혀 짧은 소리로 "어어~~? 그러면 안 되져?" 시전. 그렇게 겨우 잡은 자리에 난 또 내 새끼 세 명을 돌아가면서 태워야 하는 운명이라 눈치 또 눈치 좌불안석이다. 놀이터 시무 20조 그네타기 금지 조항 만들 기세... 매일의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어떤 날은 과분한 양보를 받기도 한다. 낮 기온 30도를 웃돌던 날, 기다리면서 다리 아프다고 짜증 내는 여섯 살 아들을 보더니 먼저 타고 있던 초등학생이 그네를 멈춰주는 게 아닌가. 아니야 아니야 너 다 타고 내려와도 돼, 했더니 부끄러운 듯 가버리는 아이. 나중에 알고 보니 열 살이랜다. 뭐 이런 3학년이 다 있지? 집에 가는 길에 놀고 있던 그 아이를 찾아서 굳이 야쿠르트랑 젤리를 쥐어줬다. "아줌마가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그래~~" 두 번 양보받았다가는 오열각... 안전거리까지 면적이 많이 필요한 기구라 그런가? 대부분의 놀이터에는 그네가 두 개뿐이다. 그네 전용 놀이터 도입이 시급하다!!! 그네만 여덟 개 정도? 아, 적당하다... 더불어 공공장소 화장실처럼 그네도 '한 줄 서기' 이거 생겨야 한다. 두 군데 줄 서는 거 아니고 그냥 비는 자리 탁탁 가서 앉고 내리고 하면 좀 더 회전율이 빨라질 것 같은 건 그네에 지친 나만의 느낌인가!! 더듬이를 세우고 대기자들의 눈빛을 살피며 쿨하게 내리게 하려면 근사한 먹이 정도는 항상 가방에 지니고 다녀야 하는 치열한 그네의 세계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