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 엄마의 근원 모를 불안
올해의 목표, 불안해하지 않기!
영어도 틀어줘야겠고
찬양도 배경음악처럼 흐르게 하고 싶고
클래식도 좀 들려주고 싶고
요즘 핫한 노래도 좀 같이 듣고 싶고.
거참 들려줄 거 한 번 많네 귀찮아- 는
어느새 몸집을 불려,
과학동아도 구독해야 할 거 같고
어린이 경제신문도 받아보면 좋을 거 같고
자유글쓰기에 생각글쓰기 두루두루 챙겨봐줘야 할 거 같고
취미는 놓칠 수 없고
몸 쓰는 운동 하나 정도는 또 보내야 할 거 같고
연산도 문장제 문제도 모두 풀려야 할 거 같고
한국사 익숙해지게 책도 읽혀야 할 거 같고
한자는 어휘의 기본이니 외우게 해야겠고
거참 시킬 거 한 번 많네,
근데 다른 집은 다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
우리집만 이러고 있는 것 같아- 하는 걱정으로 변했다.
한자 스마트북 결제하고 싶은 사람들...
바쁘다 바빠 초등사회...
분주하기만 한 마음에 비해 몸뚱이는 게으르고
애는 많고
결단력과 실행력은 딸리니
불안은 더 쉽게 커져간다.
그래서 올해 목표는 '불안해하지 않기'다.
(이 글을 남편이 싫어합... 아니 비웃습니다)
'팔랑거리지 않기'도 추가요...
(중심이 있어야 팔랑거리기라도 할 텐데?)
팔랑 거리는 거, 비교하는 거.
다 남의 집 얘긴 줄 알았는데.
내가 그럴 줄 나도 몰랐네.
애들이 남들보다 기저귀를 몇 년 늦게 떼도,
한글을 늦게 떼도 천하태평,
조급함 하나도 없었던 난데.
대체 언제부터 뭐가 조급증을 만든 걸까.
첫째에 대한 기대?
자꾸 눈에 들어오는 남의 집?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는 책 문제집 리딩서 공동구매 글?
초등 학부모, 초등교육이라는 이름의 무게?
서점에 깔린 무서운 제목의 교육서들?
(지금이 아니면 000, 가장 중요한 시기 000, 이렇게 해야 000 이런 느낌의 제목들. 책 폄하X)
남들은 세계문학 전집도 읽고 어린이 소설 두루두루 많이 읽던데, 내 아들은 글밥 알러지에 뼈뼈사우르스+만화책 조합으로 보고 또 보고 하고 있지만
남들은 연산에 응용 4학년 예습까지 진도 빼고 있던데, 내 아들은 새 걸로 꽂혀있는 쎈수학 3학년 1학기 책 이제 펴보며 아니 이걸 이렇게 많이 틀린다고?? 어머어머어머... 나를 놀래키고 있지만
남들은 브릭스다 이지링크다 쭉쭉 풀고 그림책, 리딩페이퍼북, 챕터북 막 나도 읽기 싫게 생긴 거 엄청 읽고 듣고 하던데, 내 아들은 오늘도 forget it을 못 읽고 스프링 썸머 폴 윈터가 뭔지 모른다고 해서 내 눈동자 천장 바라보고 굴러가게 만들었지만
남들은 자유글쓰기에 어떤 글이든 한 편씩 척척, 한 바닥 정도는 우습게 써내는데, 내 아들은 다섯 줄 쓰는 것도 아이고 나죽겠다 타령을 해서 얘는 누굴 닮았을까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지만
남들은 학원숙제까지 한다고 바쁜데, 내 아들은 두 시간 밖에서 놀고 집에 와서 동생들이랑 또 한 시간 놀고 문제집 풀자 하면 자기는 왜 이렇게 쉴틈이 없냐고 ㅋㅋㅋㅋ 실언 비슷한 걸 해서 깊은 빡침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어쨌거나 불안해하지 않기.
근원을 모르는 불안.
왜 조바심을 내는 걸까?
대체 뭘 바라고 있는 건데?
1등? 상위권? 모범생 평판? 학교 수업 따라는 가는 학생? 괜찮은 대학? 일반적인 직장? 성실한 인간?
목표도 이유도 모른 채 불안해하는 건 어쩐지 좀 말이 안 되는 거 같기도 하고.
건강하게만 자라 달라더니
남한테 해 끼치는 사람만 되지 말자더니
지금 나는 뭘 바라고 있는 걸까?
애가 뭘 하나 더 아는 것보다
애가 뭘 몰라도 그 앞에서 한숨 안 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기.
이 정도면 너무너무 잘하고 있는 거고,
학교 적응부터 모오든 게
그저 고마울 뿐이라는 걸 매일 상기하기.
(사실 불안해하면서도 이거 또한 정말로 인정하는... 지독한 양가감정)
자긴 좀 느리지만 언제나 자기만의 속도와 리듬과 온도에 맞춰 갈 거라는 최애의 말을 자주 떠올리며 조바심 내지 않기.
문득 불안할 땐 손꾸락을 움직이자